불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쭐리반특가라는 이름을 가진 비구에 관한 일화가 <법구경>에 나옵니다.
형인 마하반특가와 함께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된 쭐리반특가는 형과는 달리 머리가 너무 우둔해서 수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부처님이나 장로 비구들이 가르침을 베풀거나 수행법을 일러주면 이해하지도 못 할뿐더러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쭐리반특가의 이러한 사정을 신통으로 아시고 그의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는 쭐리반특가에게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시면서 “너는 출가하기 전 집에 있을 때 무슨 일을 하였느냐”고 물으시었습니다.
쭐리반특가는 ‘라조하라낭’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라조하라낭이란 쓸고 닦는다는 청소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좋다 너는 이제부터 다른 비구들이 머무는 승방을 대신 해서 항상 닦아주되 마음속으로 ‘라조하라낭’을 외울 수 있겠느냐”고 다시 물으셨습니다. 아무리 우둔한 머리를 가진 쭐리반특가라 해도 그와 같은 일을 못 할리 없었습니다. 대답을 드린 쭐리반특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라조하라낭 라조하라낭’(쓸고 닦으리, 쓸고 닦으리)을 일념으로 외우면서 승방을 닦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부처님을 비롯한 모든 비구들이 파사익 왕의 초청을 받아 궁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형의 만류로 왕의 초대에도 동행하지 못한 쭐리반특가가 혼자서 승방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라조하라낭을 외우면서 걸레질을 하던 그에게 크나큰 깨달음이 열린 것입니다. 그것은 방을 닦던 걸레를 보는 순간에 일어났습니다. 새로 만든 깨끗한 걸레가 청소를 하는 동안에 닳아지고 더럽혀져 그 처음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게 되자 쭐리바특가에게 깨달음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쭐리반특가는 너무도 기뻐 “세존께서 쓸고 닦으라 한 것은 내 마음이었으며 모든 존재는 무상이며 무아이고 열반은 청정한 것임을 알게 해 주시기 위해서였다”고 혼자서 말했습니다.
한편 파사익왕의 초청을 받으신 부처님은 역시 이번에도 신통으로 수도원에서 일어난 일을 아시고 다른 비구를 시켜 쭐리반특가를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여 쭐리반특가는 부처님 앞에 오게 되었고 부처님은 그에게 당신을 대신하여 설법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은 쭐리반특가의 설법이었습니다. 바보같이 단 한 줄의 게송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던 그의 설법은 일반 비구들은 물론 장로 비구들까지 감동을 받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쭐리반특가를 칭찬하시고는 비구니를 지도하는 법사로 임명 하시면서 누구든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마음을 집중하면 좋은 이익을 얻게 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근래에 들어 수행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행을 하려면 자신의 근기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수행법을 받아 지녀야 한다는 점을 한번 일러 드리고 싶습니다.
<유마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