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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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부결’과 종회의 위상 /성태용(건국대 교수)
현 조계종의 최대 현안인 멸빈자 사면이 또 다시 미루어졌다. 조계종 163회 임시 중앙종회에서 이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부결된 것이 이번이 세번째다. 조계종이 명실상부한 화합종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멸빈자 사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불교계의 요구가 팽배한 가운데, 여러 뜻있는 스님들의 발의로 상정되었기에, “이번에는…” 하는 바람이 있었다. 따라서 실망과 우려 또한 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종회의 표결 결과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대의기구인 종회의 성격상 의원 각자의 판단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종회의원들의 파당성이 의심되고, 그러한 의원들로 구성된 종회가 모든 스님들과 불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인다. 이것은 중앙종회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요즘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상황이 좋은 귀감이 되지 않겠는가? 이유야 있겠지만 그 이유가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 상황에서 탄핵을 감행한 국회가 국민의 전반적인 불신을 받게 된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큼의 감각은 지녔어야 할 것이다. 형세에 밀려서, 또 일시적인 필요에 의해서 원칙을 포기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적용하여야 할 가장 큰 원칙이 무엇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단의 대 화합을 창출하여야 한다는 큰 원칙에 일단 합의한다면, 그 다음에 오는 부수적인 문제들은 지혜롭게 처리할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였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중앙종회의 구성원들이 가장 큰 원칙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였거나, 지혜로운 방편을 찾지 못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물론 사면에 찬성한 의원들이 더 많다는 것도 분명하지만, 조계종을 이끌어 나가는 중앙종회 전체의 위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려버린 상황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종단 화합 이전에 언제쯤 명실상부한 최고 대의기구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천만 불자들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200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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