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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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上)
생태운동 통해 자비심 세계로

“사방이 산이고 황갈색에서 연초록까지 다양하면서도 따뜻한 색조를 띤 거대한 산정들의 고원 ‘작은 티베트’ 라다크. 황량한 모래와 먼지구름이 자욱한 이곳을 ‘정토(淨土)’라고 부르기엔 왠지 어색하지만 무욕, 무소유로 사는 웃음띤 얼굴들을 보게 된다면 생각은 이내 바뀐다. 공(空)의 철학이 그들 삶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미술과 음악, 문화와 농업에 불교는 뗄 수 없이 스며들어 있다.”
서구식 근대화과정에 대한 비판적 분석서로, 한국을 비롯해 32개 국어로 번역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저자이자 생태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 55). 그녀는 천년이 넘게 티베트 불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 온 히말라야 고원 라다크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찾는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인 호지는 16년간의 현지체험에서 목격한 ‘근대화 과정’에 따른 유서깊은 공동체의 생명력과 불교적 삶의 상실을 우려하면서 그 해답을 화엄의 연기사상에서 찾고 있다.
호지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사람들이 그토록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가 생활 속에 배어 있는 그들은 ‘개별적인 존재의 경계가 사라져 버리면 너와 나는 분리된 존재가 아닌 하나’라는 공의 자비심을 타고난듯이 보였다. 마을사람 타시의 입을 빌려서 호지는 이렇게 말했을 정도다. “비와 바람과 땅이 나무의 한 부분을 이룹니다. 궁극적으로 우주속의 모든 것이 나무를 나무로 만들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그것의 본성은 순간순간 변합니다. 이것이 공의 의미입니다. 사물은 독립된 존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호지는 지식과 이해는 그것 자체로 충분하지 않으며, 자비심과 함께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라다크인들처럼 자비심은 이른바 깨달음의 방법이란 것이다.
호지는 1974년 인도정부가 관광객들에게 라다크를 개방하면서부터 자비심으로 뭉쳐진 불교적 삶이 파괴돼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잃어가고 있는 이들을 염려한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오늘날 세계체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과 인간의 본성, 미래에 대해 불만스럽게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것이 사람을 나약하게 하지요. 하지만 ‘대안운동’에 참여하면서 힘을 얻게 되고 다시 행복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대안운동이 계속 커가는 이유입니다. 대안운동은 자아를 다시 존중하는 방법이며, 공동체와 삶의 기쁨을 되찾는 방법이니까요. 이러한 자각은 라다크에서 그렇듯 전세계 다른 곳에서도 바로 지금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라다크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었다. 서구문명의 개발위주 논리는 결과적으로 환경과 인간심성의 파괴를 가져왔으니, 어찌 라다크 뿐이겠는가. 호지는 <오래된 미래-라다크에서 배운다>에서 인류의 미래가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는 셈이다.
75년 북인도 라다크에 언어연구를 위해 왔다가 개방과 함께 산업화로 붕괴되는 라다크를 16년간 지켜보면서 ‘폴리티칼 에콜로지스트(실천적 생태주의자)’로 변신한 호지. 영국과 독일, 미국에 사무실을 둔 ‘에콜로지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 책임자인 그녀는 반세계화와 탈중심화, 반개발을 위한 국제연대운동과 함께 라다크에서 ‘환경개발그룹’과 ‘여성연맹’ 일에 참여하고 있다. (계속)
김재경 기자
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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