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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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의 ‘후폭풍’윤세원(인천전문대 교수)
요즈음 국내·외적으로 ‘역풍’ 혹은 ‘후폭풍’이라는 말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론을 무시하고 야당연합이 수적 우세로 밀어 붙여 호기롭게 단행한 대통령탄핵의 후유증으로 이 말이 빈도 높게 사용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세계적 반전 여론을 무시하고 ‘세계의 안전을 위하여’라는 어거지 명분으로 감행한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두 사건은 시간적으로는 일년에 가까운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일이고, 공간적으로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뛰는 거리를 두고 일어난 일이지만, 기묘하게도 두 사건의 배면에는 사고의 일맥상통 혹은 인간의 공통적 약점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만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강자 혹은 다수는 합리와 설득보다는 그들이 가진 배타적인 힘의 사용이라는 유혹 앞에 언제나 쉽게 노출되는 약점을 갖는다. 이 두 사건은 그 주역들이 이 유혹의 올가미에 현혹되어 일어난 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의 후폭풍은 헌재를 통한 법리적인 측면과 4·15 총선을 통한 정치적 측면에서 매듭이 풀어지겠지만, 이라크 전쟁의 역풍은 연말에 있을 미국의 대선에서 그 위력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쟁 초기부터 가공할 수준의 화력을 동원하면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개전 3주만에 바그다드를 함락시켰다. 지난 3월 20일로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지 일년이 지나갔고, 한 달 조금 후인 5월 1일이면 항공모함까지 동원하여 벌인 종전 선언 쇼를 연출한 일년이 되는 시점이다.
종전이 선언되고 부시 대통령은 거의 70%에 육박하는 미국인의 지지에 환호작약하였다. 그러나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9·11사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미숙한 초기 대응이 밝혀지고,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혈안이 되어 찾아 헤매었지만, 전쟁의 명분을 정당화 해 줄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또한 부시의 공언대로 전쟁 덕분에 세계는 테러로부터 안전해지기는커녕 상시적인 테러 공포에 시달리면서 반전 여론은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열차테러의 여파로 이라크에 파병한 스페인의 집권 국민당은 총선에서 패배하고 승리한 사회노동당의 사파테로 총리 내정자는 스페인군을 6월 30일 안에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유일 초강대국의 오만 방자함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 부시 행정부를 사면초가로 몰아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종교적 원리주의와 도덕적 결백주의 그리고 외교적 일방주의로 세계를 재단하려 하였다. 그러나 부시의 이러한 독단은 상호 의존되어 있는 세계의 실상에 대한 무지에 기인된 것이다. 때문에 그의 정책결정은 월남전의 교훈을 너무 쉽게 내팽개친 것이었고, 걸프전의 경험에서도 도움을 얻지 못한 채 아버지의 전철을 밟아 가는 것 같다. 적어도 현재 상황으로 보건대, 그는 CNN를 통하여 전세계의 안방으로 생중계 된 막강한 화력과 장비 덕분에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감수해야 할 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정당성의 뒷받침 없이 행사되는 강자의 힘은 어떠한 명분과 미사여구로 치장하더라도 그것은 폭력이요, 횡포다. 그것은 정글의 법칙이고, 야만의 극치이지 문명사회의 관행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 부시의 실수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된다.
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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