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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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상 소설가·대진대 문창과 겸임교수
탄핵정국의 해법

<문제>다음 중 탄핵 정국을 극복할 수 있는 정답을 고르시오.
1. 시저 - 루비콘 강을 건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2. 마키아벨리 - 나는 내 영혼보다 조국 피렌체 공화국을 더 사랑한다.
3. 예수 -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있거든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4. 수타니파타 - 사람은 태어날 때에 그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시저는 오랜 기간에 걸친 갈리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명장이다. 정치가로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과감한 사회개혁을 추진한 민중파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원로원과의 갈등으로 브루투스, 카시우스 등 심복에 의해 살해되었다. ‘브루투스 너마저도…’ 가슴에 박힌 칼을 부여잡고 시저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군주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현명한 지배자라면 다른 사람들의 존경이 아니라 자기가 조성할 수 있는 두려움에 의존해야 한다. 다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기에 대한 증오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한 여인을 둘러싼 군중들이 광장에 모여 있다. 양손에 주먹만한 돌덩이를 들고 분노의 표정으로 씩씩거리고 있다. 군중들에게 에워싸인 여인은 간음의 현장에서 적발된 죄인이다. 예수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시험하기 위한 인민재판이다. 예수가 위의 보기와 같이 말하자 분노와 호기심으로 들끓던 군중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부처님이 시자 아난다를 데리고 아지타바티 강으로 나가 목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라문 람미카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집에서는 많은 수행자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는 중이었다. 부처님은 논쟁이 끝날 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너희들은 여기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저희들은 법을 말했으며 그 법을 듣고 그것의 진위와 우열을 판별하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모여 앉으면 마땅히 두 가지 일을 행해야 한다. 하나는 참된 법(진여)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고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에서는 하나를 골라야 정답으로 인정됩니다. 정답을 콱 찍어서 시대를 평정하는 영웅이 되는 영광을 누리십시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하나의 정답으로는 역부족이다. 득점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감수하고라도 위의 보기 모두를 통합해야 정답이라고 우겨야겠다.
점수를 잃는 것은 작은 것을 잃는 것이나 지혜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일이다. 선택은 고통이기도 하고 영광이 되기도 한다. 상생의 지혜는 이분법과 객관식에서 도출되지 않는다.
어리석은 문제를 출제한 무능한 출제자는 심히 부끄럽고 고통스럽다. 출제자 명단에는 국민이란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탄핵 정국에 연루된 이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입은 다물되 성찰의 동력은 활활 타게 하라.
탄핵정국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고 어지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되돌려 생각해보면 진정한 민주주의, 상생의 정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대결과 갈등을 접고 상생과 화합을 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들의 지혜에 달려 있다.
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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