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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上)
흑인 여성운동의 대모

“내게 있어 여성운동은 이 사회에 자비의 토대를 건립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여러 사건들을 밝게 비춰줍니다. 나는 사회적, 문화적 비평 활동을 통해 독자들이 그들의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패러다임을 개선하는 생각을 내도록 일깨웁니다. 이것이 나의 사회적 자비행입니다. 나의 여성운동은 도전과 방해를 받거나 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때론 지지를 얻기도 하지만 시종일관 자비를 근거로 합니다.”(‘샴발라 선’중에서)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의 제자인 벨 훅스(Bell Hooks는 필명, 본명은 Gloria Watkins)는 인종, 성차별, 계급, 문화의 정치학에 관해 20여 권의 비평서를 집필한 인기작가이다. 미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더욱 유명한 급진적 흑인 페미니스트 사상가이자 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문화비평가이자 교육가, 영문학자로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는 한편 어린이를 위한 책도 두어 권 썼고 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팔방미인이다.
페미니즘이란 ‘성차별주의와 이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는 운동’이라고 정의해 온 벨 훅스는 “페미니즘은 특히 우리 모두에게 삶을 살찌우고 긍정하는 방식으로 정의와 자유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역설해 왔다. 페미니즘 역시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해 온 그녀는 여성운동가는 수행자와 같은 고행의 길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여성주의 운동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머리 맞대고 의논하는 ‘힘든 삶’입니다. 차별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고된 삶’입니다. 새롭고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음을 아는 ‘어려운 삶’입니다. 머리 속의 운동이 너무 편한 것만 쫓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Feminism is for everybody)> 중에서)
경력과는 걸맞지 않게, 미국의 가난한 남부 시골 흑인분리구역에서 태어나서 자라난(Hopkinsville, Kentucky, 1952년 9월 25일 생) 흑인 여성 훅스는 10대부터 사회의식에 눈을 떠 ‘남성지배를 거부하고 가부장적인 사고에 저항하며’ 성장했다. 1년 간 고향에서 여자대학을 다니다 그의 재질을 눈여겨본 교수의 추천으로 2학년 때 스탠포드 대학으로 옮겼다. 1973년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1976년 위스콘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1983년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현재 뉴욕시립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지적인 작업이 상아탑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사상적 작업에 장애가 된다고 말해왔다.
훅스는 70년대초, 당시 캠퍼스를 뒤흔든 페미니스트 운동의 영향으로 작가 다이안 미들러브룩(Diane Middlerbrook)의 여성학 수업을 들으며 의식화 그룹의 유일한 흑인 여성으로 참여한다. 페미니즘과의 조우는 백인 여성뿐만이 아니라 훅스와 같은 젊은 흑인 여성들에게도 인종 및 성별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백인 우월주의적 자본주의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는 그녀로 하여금 노예해방운동가 소저너 투루스의 피맺힌 절규를 제목으로 붙인 첫 번째 저작,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Ain’t I a Woman: Black Women and Feminism)>를 쓰도록 이끌었다.
19 세에 쓰기 시작한 이 책은 8년간의 연구조사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1992년 <퍼블리셔스 위클리>지에서 선정한 ‘지난 20년간 여성이 쓴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계속) 김재경 기자
200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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