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기명사설
세계의 모든 종교 가운데서도 불교야말로 가장 앎과 이해를 통하여 믿음에 도달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종교이다. 신해(信解)라 하지만 믿음과 이해는 둘이 아니며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요즈음 여러 불교대학들이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은 불교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반가운 것은 불교대학들의 교과 내용이 다양화되어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는 여러 과목들이 개발되고 있을 뿐 아니라 봉사활동 등 체험적 실천의 장에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위에 노년층과 여성불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수강생들이, 청장년층과 남성불자들로 확장되고 있기에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건강한 한국 불교를 이룩하는 바탕을 불교대학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빛을 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교리를 가진 불교이기에 이러한 일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추세를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당장의 호황에 안주한다면 불교 선양의 큰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방만하고 무분별한 교육으로 오히려 비불교적인 것이 끼어들어 불교를 어지럽게 해선 안될 것이다.
또한 나날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 식상한 수강생들이 오히려 불교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준 높은 교과과정을 범 종단적으로 개발, 보급하여 여법한 교과과정을 통해 불교를 바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핵심적인 과정을 함께하면서 각 불교대들이 독자적인 과정을 추가, 창의적이고 독창성있는 다양한 과정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대학끼리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보를 교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도 있다. 이러한 일들은 불교대학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바탕을 깔아주는 데는 종단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불교에 대한 지적인 요구가 앞으로 얼마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이 결코 충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불교대학의 활성화가 불교 중흥의 단단한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