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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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인조 생명체(우희종-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생명이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육신을 지닌다는 사실은 생명 공학자들로 하여금 수, 지, 화, 풍의 무기물로부터 자신을 재생하고 복제하며 진화할 수 있는 생명체를 창조하는 시도를 꿈꾸게 한다.
다시 말하여 이미 있는 것을 이용하여 생명복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억만년 전 지구에서 처음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단순한 무기물질을 이용하여 인공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만족시킬 인공 생명체는 외부로부터 자신을 구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틀(그릇) 안에 정보전달 물질 (DNA와 같은 유전물질)과 더불어 자신을 유지하고 재생할 대사 구조가 있어야 한다.
최근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간단한 형태의 인공세포를 원형세포(原形細胞·protocell)라 부르며, 이를 위한 접근 방식으로서는 완전히 무기물만 이용하여 살아있는 세포를 만드는 직접적인 시도와 이미 자연계 내에서 가장 간단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생명체를 유전자 조작 등을 이용해 생명체의 기본 조건 만을 만족 시킬만한 가장 기본 형태의 세포를 만들고자 하는 간접적 시도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야말로 신의 영역인 생명창조에 도전하는 연구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 로스알라모 국립연구소(LANL)에서는 빛에 의존하여 정보전달 물질과 자신의 지방세포막을 합성할 수 있는 대사계를 지닌 기본적 세포(Chen-Rasmussen protocell)를 이미 만들었다. 앞으로 이러한 시도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인간도 주변의 물질을 이용하여 복잡한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생명과학자들에게는 인조 생명체인 인공세포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단지 보다 제대로 된 인조 생명체가 언제 성공할 것인가가 관심일 뿐이다.
그러나 현대 생명과학이 발전할수록 다음과 같은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무엇이 생명현상과 물리현상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인가? 하나의 작은 세포 안에 유전자와 에너지 발생 체계를 같이 넣기 위한 주요 개념은 무엇인가?’ 따라서 이러한 질문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에 대한 생명과학의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대과학의 유물적인 접근으로는 결코 답을 얻을 수 없다.
앞으로 현대 생명과학이 단순한 생명복제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무기물로부터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인조 생명체를 만들어 낸다 해도 역시 그것은 과학적인 접근 방식에 불과한 것으로서 근본적인 생명체의 의문을 풀어주지는 않는다. 자신의 본래 면목에 대한 대답은 역시 연기의 관계 속에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되풀이하는 물질이나 대상이 아니라 부처님 말씀처럼 밖으로 내닫지 않고 안으로 자기를 바라보아 부단 없는 자기 노력을 통해 스스로 얻어야 할 것이다. 이 대답을 통해 비로소 생명을 지닌 우리로서는 행복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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