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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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창조주 신앙 어떻게 볼까?/ 동국대 불교학과(경주)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유일한 창조신을 신봉한다. 인간과 세계의 만물을 창조하고 다스리는 절대적인 창조신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주의 발생 기원과 신비로운 질서를 생각할 때 전지전능한 창조신에 대한 믿음을 쉽게 가지게 되기 때문에 창조주 신앙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붓다 당시에도 브라흐마라는 창조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브라흐마 신이 인간을 위시한 세계를 창조하였으므로 그에게 기도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고 각종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붓다는 이런 창조주 신앙에 대해 비판하였다.
붓다 당시 브라흐마 신은 창조신으로 스스로 존재하며 중생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신으로 신앙되고 있었다. 이러한 브라흐민의 신앙에 대해 붓다는 어떻게 브라흐민들이 이런 신앙을 가지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그들의 오류를 지적한다. 브라흐마잘라 경전에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주가 수축할 때 중생들은 거의 모두 극광천이라는 천상에 태어났다. 그곳에서 그들은 즐거움을 음식으로 삼아 지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주가 팽창하게 되었다. 팽창하는 우주에 텅빈 브라흐마 궁전이 나타나게 되었다. 한 중생이 극광천에서 죽어 이 텅빈 브라흐마 천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오랫동안 홀로 지내다가 다른 중생들이 이곳에 태어나 함께 지내기를 소원했다. 그때 마침 다른 중생들이 브라흐마 천계에 태어나서 처음 태어난 중생과 함께 지냈다.
처음 브라흐마 천계에 태어난 중생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나는 위대한 브라흐마이며,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과 미래에 존재하게 될 모든 것의 아버지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나에 의해 창조된 것들이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에 `만약 다른 중생들이 이곳에 태어나라고 하는 나의 소원에 따라 이들 중생들은 태어나게 된 것이다.” 뒤에 태어난 중생들도 이미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중생을 그의 주장처럼 생각했다. 어떤 중생이 브라흐마 천계에서 인간계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는 성장하여 출가 수행하였다. 선정 수행의 결과로 그는 자신의 전생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브라흐마 천계에서의 생애만 볼 수 있었고 그 이전의 생애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저 브리흐마가 우리를 만들었고, 그는 불변하며 영원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에 의해 창조된 우리는 무상하며, 수명이 짧아 이 세상에 오게 되었다.”
브라흐민들이 어떻게 브라흐마를 창조신으로 믿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브라흐마 천계에 존재하는 중생들은 브라흐마 천계에 제일 먼저 온 자를 창조자로 그릇되게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오해의 발생은 제일 먼저 태어난 자가 홀로 오랫동안 지내다가 다른 중생들의 출생을 바라고 있을 때 마침 극광천에서 수명과 복을 다한 중생이 태어나게 됨으로서 자신이 다른 중생들을 창조했다고 믿게 된 것이다. 만약 브라흐마 천계에 태어난 중생이나 인간계에 태어난 중생이 극광천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브라흐마를 창조자로 여기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생을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계발되었다면 브라흐마를 우주의 창조자로 여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붓다는 인격신의 전능(全能)이라는 속성을 부정한다. 전능이란 일어난 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 일어날 일을 제어하고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브라흐마의 전능을 받아들이면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 전면 부정되는 것이다. “살인자들은 살인을 하도록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마찬가지로 도둑놈도, 음탕한 자도, 사기꾼도, 험담자도, 꾸짖는 자도, 어리석게 말하는 자도, 악의를 품고 있는 자도, 미워하는 자도, 사견을 가진 자도, 누구든지 그들은 그렇게 하도록 창조되어진 것이다.”
만약 모든 것이 신에 의해 계획되고 창조되었다면 인간의 행위에 대한 상벌은 가능하지 않게 된다. 악인은 항상 자신의 악행을 신의 의지로 돌리고 자신에겐 책임이 없다며 처벌을 외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악한 일을 하도록 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만약 묻는다면 신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신의 창조 능력에 그 책임을 돌리면 종교적 노력이나 수행은 무의미하게 된다. 붓다는 지금 감수하는 행복과 불행이 모두 과거의 업에 기인한다는 숙명론이나 모든 것은 원인 없이 우연히 발생한다는 무인론(無因論)과 마찬가지로 창조론도 인간의 자유의지와 노력을 부정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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