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안, 선지식 구해야 佛母 볼 수 있어
석녀 구파의 권유에 따라 선재동자는 마야부인을 찾아간다. 마야부인은 석가세존을 낳으신 부처님의 어머니이다. 선재동자가 마야부인이 계신 곳에 나아가니, ‘보안이라고 하는 성을 맡은 신(寶眼主城神)’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마음의 성(心城)을 수호해서 모든 생사의 경계를 탐하지 않아야 한다. 마음의 성을 장엄해서 일심으로 여래의 열 가지 힘(十力)을 구해야 한다. 마음의 성을 깨끗이 다스려서 탐욕을 부리거나 인색하고 질투하고 아첨하며 속이는 일을 끝까지 끊어야 한다.”
다음에 몸이 많은 신(身衆神)이 묘한 음성으로 마야부인을 갖가지로 칭찬하는 것을 듣고, 또한 귀고리에서 나오게 하는 가지각색의 광명그물을 보고 선재동자는 깨끗하고 광명한 눈을 얻었다. 그리고 보살의 법당을 수호하는 선안(善眼)이라고 하는 나찰귀왕은 선재동자에게 선지식을 친근하는 열 가지 법과 선지식을 보게 되는 열 가지 삼매를 가르쳐 주면서 “용맹하고 자재하게 시방에 두루 노닐면서 선지식을 구하되, 몸과 마음이 꿈같고 그림자 같은 줄을 관찰하여 선지식을 구하라”고 당부하였다.
이러한 가르침에 의해서 선재동자는 마음을 잘 다스리고 지혜의 눈을 열어 용맹스럽게 선지식을 구함으로써 비로소 마야부인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모(佛母)인 마야부인을 본다고 하는 것은 바로 여래의 출생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통해서 여래를 출생시키는 것이 심성을 잘 수호하고, 혜안을 열며, 선지식을 구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재동자가 마야부인을 보니 여러 중생의 앞에서 청정한 육신을 나타내고 있었다. 모든 존재의 길에서 뛰어나 삼계를 초월한 육신, 모든 세간에 집착이 없이 중생들이 좋아하는 데로 따라주는 육신 등 한량없는 육신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이익케 하고, 온갖 지혜를 구하고, 도 닦는 데에 도움이 되는 법(助道法)을 갖추고자 하였다. 또한 평등하게 보시바라밀다를 행하여 대비심으로 모든 세간을 두루 덮어주며, …… 모든 보살의 어머니가 되기를 원하였다.
이렇게 마야부인이 무량한 여러 가지 방편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보살의 행을 배워서 성취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를 청하자. 마야부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불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환술과 같은 해탈문(大願智幻解脫門)’을 성취하였으므로 항상 여러 보살의 어머니가 된다. 불자여, 내가 이 염부제 가비라성의 정반왕궁에서 오른 옆구리로 싯다르타태자를 낳아 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변화를 나타내듯이 내지 이 세계해에 있는 모든 비로자나 여래가 다 나의 몸에 들어왔다가 탄생하면서 자재한 신통변화를 나타낸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이 입태(入胎)할 때의 부사의한 일들을 자세히 설하였다.
“정반왕궁에서 보살이 탄생하려 할 때에 보살의 몸을 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모두 광명을 놓았는데, 그 이름이 ‘모든 여래가 태어나는 공덕바퀴’였다. 낱낱 털구멍에서 불가설 세계의 티끌수 보살이 태어나는 장엄을 나타내었고, 그 광명들이 모두 세계에 두루 비추었다. 그리고 나서 나의 정수리와 모든 털구멍에까지 들어갔다. 그 광명 속에서 모든 보살의 이름과 태어나는 신통변화를 나타내었으며, 보살도를 행하여 깨달음을 이루고, 대중을 위해서 바른 법륜을 굴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에 열 세계 티끌 수 보살이 있었는데, 모두 이 보살과 더불어 원·행·선근·장엄·해탈·지혜가 같았다. 보살은 이들과 함께 중생을 구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신통변화를 부리면서 내 몸에 들어왔던 것이다. …나의 뱃속에 이렇게 많은 대중들을 용납하지마는 몸이 더 커지지도 않고 비좁지도 않았다.
선남자여, 이 사천하의 염부제에서 보살이 태어나실 적에 내가 어머니가 되듯이 삼천대천세계 백억 사천하의 염부제에서도 모두 그러하지마는 나의 이 몸은 본래부터 둘이 아니며, 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요, 여러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니 왜냐하면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환술같이 장엄한 해탈문을 닦은 때문이다.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와 모든 겁에서 보현의 행과 원을 닦아서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려는 이에게도 나의 몸이 그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을 내가 본다.”
마야부인이 설하고 있는 ‘대원지환해탈문’의 법문은 본원(本願)의 자비심에서 지혜를 일으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다양한 모습의 몸을 허깨비(幻)과 같이 무수하게 나타내어 그들을 이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부처가 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야부인이 이러한 법문을 하는 것이다. 특히 “보현의 행과 원을 수행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려는 자에게도 나의 몸이 그들의 어머니가 된다”고 설하고 있는 것에서, 보현의 행과 원이 부처를 낳는 근본이라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