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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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입법계품 <59>
석녀 구파의 법문

선재동자는 다시 가비라성에 있는 석가족(釋迦族) 출신의 여인인 구파(釋女瞿波)를 찾아간다. 구파는 석존이 태자로 있었을 때 부인의 한 사람이다. 선재동자가 가비라성에 이르러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명한 강당’에 들어가 보니, 그녀는 보배연꽃사자좌에 앉아 있었다. 선재동자가 그녀에게 예배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해야 생사 중에서 생사의 걱정에 물들지 않으며, 법의 성품을 깨달아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머물지 않습니까. 어떻게 해야 부처의 법을 구족하고도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지위에 있으면서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며, 세간에서 초월하고도 세간에 태어나며, 법의 몸을 성취하고도 그지없는 여러가지 육신을 나타내며, 형상 없는 법을 증득하고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형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법은 말할 것 없음을 알고도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며, 중생이 공한 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버리지 않으며, 부처님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알면서도 부지런히 공양하고 물러가지 않으며, 모든 법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음을 알면서도 여러가지 착한 행을 닦아 항상 쉬지 않을 수 있습니까.”
석녀 구파는 보현의 모든 행과 원을 닦는 이라야 이렇게 물을 수 있다고 하면서 선재동자를 칭찬하고 나서, 보살들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인드라 그물같은 넓은 지혜광명의 보살행이 원만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법을 설한다. 그 열 가지는 ①선지식을 의지하는 것, ②광대하고 훌륭한 이해를 얻는 것, ③청정한 욕망을 얻는 것, ④온갖 복과 지혜를 모으는 것, ⑤여러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는 것, ⑥마음에 항상 삼세의 부처님을 버리지 않는 것, ⑦모든 보살의 행과 같은 것, ⑧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는 것, ⑨큰 자비와 묘한 서원이 다 청정한 것, ⑩지혜의 힘으로 모든 생사를 끊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친근하면 정진 불퇴하여 다함이 없는 부처님의 법을 닦을 수가 있다”고 하여, 열 가지 법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역시 선지식을 친근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선지식을 친근하는 열 가지 법을 설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석녀 구파는 선재동자에게 “나는 이미 ‘모든 보살의 삼매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듣고 나서 선재동자가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한지를 묻자, 그녀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해탈문에 들고는 이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 세계의 모든 법을 알고 볼 수가 있다. 또한 성문·연각·보살들이 제각기 도를 닦아서 깨달으려 하거나, 세상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활동을 나타내는 것 등을 모두 분명하게 보고 알고 있다. 그리고 법계의 구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일체중생의 마음의 바다, 일체중생이 쌓아 온 선근, 청정한 중생과 오염된 중생의 구별, 일체 중생의 본성이 본래 공(空)하며 진여라고 하는 점, 성문·연각·보살·모든 부처님 경지의 삼매와 자재한 작용 등 마음과 부처 그리고 중생에 관한 일체의 것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위의 내용은 석녀 구파의 법문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것이다. 선재동자가 묻고 있는 것은 법의 성품을 깨달아 모든 존재의 실상을 파악하여 어디에도 구애됨이 없이 깨달음의 경계를 실현하여 중생을 교화하는 법이다. 이에 대해서 석녀 구파는 그것은 바로 보현의 행과 원을 닦는 것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보살의 열 가지 법을 성취하여 한없이 넓은 지혜광명의 보살행을 원만히 행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모든 보살의 삼매바다를 관찰하여 이러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경계를 실현하는 일이 어떻게 해서 삼매와 깊은 관련이 있을까. 보살은 삼매를 통해서 중생과 여래와 세계의 본질을 알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이상세계를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보살이 지향하는 이상세계는 부처님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부처님의 본원력에 입각하여 가지가지의 세계에서 무량한 인연들을 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처님의 본원에 입각해서 전개하는 여래와 중생이 서로 관계하는 세계가 바로 삼매의 경계인 것이다.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명한 강당’에 앉아 있는 석녀 구파의 법문은 이러한 내용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말하고 있는 보살행의 성격은 결국 무한히 지혜를 밝혀 대자비의 원행(願行)을 끊임없이 실현해가는 것이다. 우리들이 지향해 나아가야 할 세계는 항상 지혜와 자비가 충만한 세계이다. 지혜롭고 자비로운 삶의 모습이 없이 부처님의 세계를 구하고 있다면, 그처럼 어리석고 허망한 일은 없을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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