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인지도’ 먼저 높이자
세계는 지금 불교에 주목하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이 미래 인류의 종교심을 충분히 감당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한국불교 선, 학(禪, 學)의 역사와 전통은 현대세계 불교의 중심에 자리매김 될 수월성을 지니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불교권 국가 가운데 한국불교의 세계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서구권에서 떠올리는 불교는 티베트나 동남아시아 그리고 일본이다. 티베트와 동남아 불교는 19세기부터 서구학계가 직접 연구에 참여했고, 같은 시기 일본은 자력으로 서구사회에 일본 불교 알리기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때늦은 감 없지 않으나 조계종에서 국제 업무를 전담할 부서를 신설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교계에서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외에 세워진 한국 사찰의 수도 130여 곳에 이르며, 한국에 와서 스님이 된 외국인 수도 1백 명이 넘는다. 종단마다 영문 홈 페이지를 만들고,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국제포교사회도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찰의 신도나 포교사의 포교 대상이 한국교포에 머문다면 여기에 세계화라는 이름 붙이기가 어렵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한국 불교학의 세계인지도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서구의 불교학은 지금 정보화 사회에 걸맞게 방대한 문헌자료와 연구물들을 토대로 하루가 다르게 학문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의 학문적 기초를 제공하는 한국 불교에 대한 자료는 서구 어느 도서관의 인덱스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불교학 자료의 영어 등 외국어로의 적극적인 번역과 소개 작업이 그동안 소홀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외국어로 된 한국불교학의 풍부한 인덱스는 곧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교학적 인프라다. 세계의 도서관에 한국불교학 인덱스가 잘 갖추어지려면 무엇보다 번역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수한 불교학 번역가 양성과 외국 출판사와의 연계 등이 이를 해결할 지름길일 것이다.
조계종에 새로 신설될 국제전담부는 아주 긴 호흡의 준비, 적어도 1세기정도의 장기적 계획과 실천으로 세계 속에 한국불교학이 제대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일해 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