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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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경법’을 넘어-윤제학(아동문학가 / 본지 논설위원)
“나는 12년 동안 여인의 모습을 찾았지만 끝내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비유컨대 마술사가 환상으로 여자의 몸을 만든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이 ‘어찌하여 여자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가?’ 하고 묻는다면, 옳은 질문이겠습니까?”
<유마경>

<유마경>의 관중생품(觀衆生品)은 중생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권고한 후, 사리불로 하여금 분별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는 천녀의 설법을 담고 있다. 위의 대답은 “여자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가?” 하는 사리불의 질문에 대한 천녀의 답이다. 이는 “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는 조그만 법도 얻음이 없기에 이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한다”는 <금강경>의 가르침과 상통한다.
<유마경>과 <금강경>이 이른바 ‘여성즉신성불론(女性卽身成佛論)’의 입장이라면, 그 대척점에는 ‘팔경법(八敬法)’이나 ‘오장설(五障說)’이 있다. 100세 비구니라도 갓 수계한 비구에게 예경해야 하고, 여자는 범천왕이나 부처 등이 될 수 없는 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남자로 몸을 바꾸어 성불한다’는 ‘변신성불론(變身成佛論)’이 있다. 부처님의 평등사상과 모순됨을 인정하는 교리적 고백인 셈이다.
남녀평등에 대한 불교교단의 문제의식은 이처럼 연원이 깊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16일 ‘선우논강’의 비구니·비구의 위상정립에 대한 논의는 새삼스럽다. “팔경법은 원점에서 무효화해야 한다(법인 스님)”는 말이 논리적으로 옳다면, “세간의 법으로 출세간의 법을 해석해서는 안된다(혜능 스님)”는 주장도 원론적으로 옳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할 일은, 남녀평등의 구체적 방안을 찾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아닐까?
200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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