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수행·교육체계 확립
“올해는 제8차 세계여성불교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세계일화(世界一華) 정신에 입각해 국경을 초월, 전세계 불교도가 하나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를 하겠습니다.”
청도 운문사 회주이자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인 명성스님. 2월 9일 비구니회관에서 만난 스님은 올해 비구니회의 최대 현안인 세계여성불교대회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70이 훌쩍 넘은 노장이지만 아직도 선재동자와 같은 천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명성 스님에게서 평생을 비구니 수행과 교육을 위해 매진해 온 자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1931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명성 스님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불현듯 떠오른 자아에 대한 근본 물음을 풀기위해 1955년 해인사에서 선행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당시 선행 스님의 은사이신 본공 스님은 손주 상좌로 들어온 명성스님을 보고 ‘훗날 대강백이 될 것’을 예언했다고 한다. 필연이었을까? 1967년 해인사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한 명성 스님은 당대의 대강백 관응, 경봉, 운허, 만우, 탄허 스님 문하에서 공부했고 마침내 성능 스님 회상에서 전강을 받았다.
“성능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을때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어느날 노장님께서 불러 갔더니 자신이 깔고 앉아 있던 좌복을 내어주시면서 앉으라고 하더군요. 그러시면서 ‘오늘부터 전강한다’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파격적인 전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강을 받은 이후 선암사 강원에서 3년을 강의한 명성 스님은 종단 교육의 현실을 절감하고 교육체계를 확립하겠다고 서원했다. 그래서 스님은 서울 청룡사 강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현대식 교육을 받기 위해 동국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당시 최고의 불교학자였던 김동화 박사를 지도교수로 유식을 전공, 석·박사를 마친 스님은 다시 산중 강원으로 돌아왔다.
명성 스님은 1987년 국내 최대 비구니 강원인 운문승가대학, 97년 비구니 강사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인 운문승가대학원을 개원하며 비구니 스님들의 교육체계를 확립했다.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운문사를 현재 40여동의 전각을 갖춘 대가람으로 변모시켰다. 이 모두가 후학에 대한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수십년 운문사에 주석하며 비구니 수행·교육 체계를 확립해온 명성 스님은 최근 7천여 비구니 스님들을 위해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능력이 부족하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비구니 원로 스님들이 몇 번을 찾아와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지난해 10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올해 비구니회의 활성화를 위해 비구니회관을 교육신행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승가대학 강사, 선원 수좌 등의 비구니 스님을 대상으로 매년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일반인을 위해 다도, 명상, 꽃꽂이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한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 강화를 위해 전국 비구니 스님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홈페이지도 만들어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김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