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기명사설
2003년 동국대는 중앙일보에서 조사한 전국 대학 종합평가에서 30위로 떨어졌다. 2002년도에 24위에서 1년 만에 이렇게 추락한 것은 전례가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 동국대의 교수 10여명이 타 대학으로 떠났다. 위기를 느낀 교수회가 12월 재직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건만 되면 동국대를 떠나고 싶은 생각을 해본 교수가 51.1%로 나타났다니, 대단히 심각한 상태가 아닐 수 없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급여문제였다. 서울시내 대학 중 동국대 직원의 급여는 중상위인 반면 교육의 주체인 교수는 중하위권이기 때문에 거의 전체 교수가 복지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교수 식당이나 휴게소 하나 변변히 없다는 것 등 교수들의 쌓인 불평이 이탈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수교수 확보와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점은 최근 <석림>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재학생 승가모임인 석림회가 불교학과와 인도철학과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한 불교대학 수업과 졸업 후 진로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동국대 내에서 불교대학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1.1%가 위상이 낮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교수와 학생의 이와 같은 반응은 반드시 재단이나 학교 당국이 직감하고 개선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일산 불교병원건물을 잘 지어 놓고도 개원을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둘째 치고라도, 학교 발전에 우수교수 확보는 지상과제인 데도 오히려 쓸만한 교수마저 떠나겠다고 하고 건학의 주체인 불교대학의 학생들이 기대할 것이 없다는 회의적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면 무언가 새로운 특단의 처방이 내려지지 않고서는 건학 100년을 자랑할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런 즈음에 학문과 행정력을 두루 갖춘 현해 스님이 이사장에 추대됐다고 한다. 종합대학 승격 후 동문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사장이 된 만큼 동국대의 현안을 잘 파악하고 대학발전의 비전을 시급히 제시해 동국인의 사기를 진작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 ■법산 스님(동국대 정각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