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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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불멸을 바라는 어리석은 소망
과학의 힘에 기대 불멸을 꿈꾸는가?

최근 우리가 많이 접하는 생명과학 뉴스 중 하나가 인공장기의 개발이다. 돼지 등을 이용한 이종(異種)간의 장기 개발에 대한 뉴스를 보면 마치 수년 내에 그러한 일이 이루어질 것처럼 기대된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 왔던 생로병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자.
생명체(생명이 깃든 개체)의 생로병사에서 과연 무엇이 생로병사 하는 걸까? 각 개체를 이루고 있는 신체적 자기(自己)이다. 생명현상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각각의 개별성은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서 다양한 화엄 세계를 이루는 바탕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체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간의 동종(同種) 장기 이식도 아직은 어려워 인체의 다양한 조직적합성(MHC)에 대한 면역학적 검사를 통과해야만 실시하게 된다. 몇 년 전 성덕 바우만이라는 재미교포의 골수이식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검사에 응했던 것을 상기해 본다면 그 까다로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면밀한 검사를 통해 선정된 사람은 이식을 한 후에도 안정된 상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자신의 개체성을 유지시키는 최저의 면역 상태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모든 포유동물들도 그들 나름의 고유한 조직적합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종간의 장기 이식이란 개체성뿐만 아니라 종간(種間)의 장벽도 뛰어 넘어야 하기에 수년 내에 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항간에 이야기 되듯 이종간의 장기 이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람간의 장기 이식이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면 사람간의 동종(同種) 이식이라도 지금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날이 곧 올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그러한 꿈은 면역체계가 계속 고정되어 있다면 가능하지만, 자기(自己)를 규정하는 면역체계는 태어나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변한다. 비록 주요 조직적합성의 구성은 변하지 않지만 체내에서 그물망처럼 얽혀진 면역에 대한 미세한 조정이 항상 내안에서 이루어져 그 성격이 계속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과학이 사용하는 분석적 방법으로는 결코 그 총체적 실체를 알기가 쉽지 않다.
또, 설령 동물의 장기를 이식한다 해도 인간이 몇 년 더 살기 위해 동물을 희생하는 것이나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고 이에 수반되는 일반 감염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란 결코 우리가 상상하듯 더 나은 삶이 아닐 수도 있다.
풍요로운 우리의 삶이란 결코 우리가 환호하는 불멸에의 어리석은 소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생로병사에 대한 제대로 된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물 한 방울에도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간파한 부처님께서 늙고 병들어 힘들어하던 제자에게 신통을 부려 (이 시대의 과학 지식은 일종의 신통한 짓이 아닌가?) 그 고통을 없애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고통의 실체 없음을 보아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한 이야기가 경전에도 있음을 상기해 보아야 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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