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동안 참선수행 한길
“많이 배우고 훌륭하신 분들도 많은데 나는 늙어서 나이만 먹었지 뭐라 할 말이 없어요.”
경주 사정동 흥륜사 흥륜선원 장 혜해 스님(세수 84세, 법랍 60세). 1944년에 입산해서 지금까지 60평생을 오직 선방에서 참선수행으로 일관해 오셨다. 자그마한 체구에 인자함과 눈 푸른 납자의 당당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래도 한사코 말씀을 청하자 어렵게 수행의 삶을 풀어내 보이신다.
스님은 1921년 평안북도 동주군 안흥면의 한 시골마을에서 출생했다. 어려서부터 무엇을 봐도 모든 것이 슬펐다는 스님은 끊임없이 금강산으로 가야겠다는 내면의 외침이 있었다. 19세 때 갑자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출가의 마음을 세우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고 24세에 입산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채 무작정 인연 따라 찾아간 곳이 금강산 신계사 법기암이다. 임대원 스님을 은사로 출가 후 1년 만에 해방을 맞고, 해인사 국일암, 동화사 양진암 등 전국 선방을 두루 다니며 참선 수행하다가 71년 이차돈 순교지인 지금의 흥륜사로 들어와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정착시켰다.
스님이 처음 금강산을 찾을 때는 ‘사명대사의 신통’이나 알았을 뿐 이렇게 공부하는 것을 몰랐다. 금강산 유점사에서 참선수행하시는 법안 스님, 곽보봉 스님, 선경산 스님 등을 보고 ‘내가 나를 찾아 부처가 되어야 하는 것이구나’ 깊이 느끼고 참선수행을 하게 됐다. 해방 후 남으로 내려와 무불스님을 계사로 오계를 수지하고,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향곡스님께 받은 화두를 가지고 오로지 일념으로 참구해 왔다.
“이 법 만난 게 얼마나 좋은지…,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라잖아요. 어렵게 만났어요.”
어렵게 만났으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스님은 강조한다.
“난 뭐를 먹든 뭐를 입든 원하는 게 없어요. 이렇게 공부할 수 있음이 너무 좋을 뿐입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11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 3번 공양 외엔 참선정진하지요.” 스님은 그저 일상의 삶을 말씀하시는데 그 속에서 뭔지 모를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흥륜선원에는 26명의 스님이 수행중이다. 절이 경주시내에 있다보니 산중 선방과 달리 자동차 소리며 사이렌 소리 등 세간의 소리가 간간히 흘러들어온다. 그럼에도 매년 선방에는 공부하려는 수좌들이 몰려와 줄을 선다.
이번에도 22명이 들어가면 적당할 방에 26명의 스님들이 수행정진중이다.
“스님께서 얼마나 철저하신지 몰라요. 그 연세에 절대 시자의 시봉 하나 안받고 뭐든 혼자 다 하십니다. 작년까지 누더기 한 벌만 입고 계셨지요. 우리가 추워하니 불을 때지 방에 불도 없이 지내셨습니다.” 상좌스님이 어른스님에 대해 슬쩍 귀띔해 줬다.
어린 시절 오로지 금강산에 들고 싶었던 혜해스님. 어느덧 금강산의 모습으로 모든 선객을 품고 계셨다.
경주=배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