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기명사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법조인이 조계종 총무원 내 법률지원단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한다. 불교 종단에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 영입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이 때에, 특히 그 필요성이 절박했던 법률 계통의 전문가가 영입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불교는 출세간적인 종교로 여겨지고 있고, 그 종단의 핵심을 이루는 출가인들은 그 출세간성의 표상으로 비쳐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시대를 이끌어 가는 불교로 서기 위해서는 세간과 밀접하게 교류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서 문제는 발생한다. 그런 경우 스님들이 직접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정신적인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잃기 쉬울 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여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나 실패를 겪기 쉽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에는 많은 재가자들이 실무진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실무진들이 여전히 부족하고, 그 위에 스님들의 출세간적인 성향이 일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혼입되어 바람직한 의사결정과 집행의 체제가 흔들리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하루 빨리 일의 결정과 추진, 집행에 전문적인 인력이 투입되는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명리에 초연한 출세간적 정신을 바탕에 두되, 그러하기에 더더욱 세속적인 문제에 대하여는 치밀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상호 보완적인 모습을 갖추어야 청정 종단의 위상이 서는 것이다.
물론 조계종 총무원이 이러한 방향을 올바로 지향하고 있었기에 이번의 법조인 영입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전문인력이 불교 종단을 가장 좋은 일터로 생각할 만큼 높은 처우를 보장하는 등의 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가장 세련되고도 수준높은 대사회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해 나가는 불교로 그 위상을 세워야 한다. 가장 올바르고 뛰어난 세간법의 운용을 보일 때 출세간적 정신의 수승함도 선양된다. 이번에 불교계에 봉사를 하기로 한 두 법조인에게 거는 기대만큼, 그에 뒤따르는 종단적 지원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종단들이 전문인력의 양성과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성태용(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