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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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은유로서의 질병
오만 탐욕, 질병 만드는 직접 원인

조류 독감이나 사스(SARS), 그리고 광우병 등으로 저녁 뉴스가 시끄럽다. 사람들은 ‘말세’라 말하며 마치 자연이 잘못되어 조용히 지내는 우리에게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을 생매장하는 처참한 화면이 TV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볼 때, 나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무서움이 아닌 ‘인간이 지닌 탐욕’의 무서움을 느낀다. 인간은 오직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욕심 하나로 과도하게 밀집된 사육 환경을 조성해, 늘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었던 질병이 극도로 드러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밀집한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출근길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걸릴 가능성이 몇 천배나 낮은 조류독감이, 그토록 너와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어째서일까? 평소 축산에 관심도 없던 우리들이 보이는 과민한 모습에서 나는 ‘인간이 지닌 막연한 두려움’을 본다. 언론의 부추김으로 증폭되는 집단의 터질 듯한 두려움은 결국 자신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유한한 생명체로서 느끼는 불안감일 뿐 결코 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동물을 무자비하게 생매장하고, 이를 연일 전쟁 시황 중계하듯 보도해 두려움을 재생산하는 언론이나 이를 보며 불안에 떠는 우리들의 마음은 보신을 위해서라면 뱀을 멸종되도록 잡아먹고 살아있는 곰쓸개에 관을 꼽아 즙을 마시는 이 시대의 광기에 가까운 이기적 인간 심리의 변형일 뿐이다.
더불어 이구동성으로 방역의 미비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인간의 오만’을 본다. 현대 과학이나 지식의 힘으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순진한 어리석음말이다.
양날이 선 칼과 같은 과학이라는 수단으로 오직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인간 위주의 관점에서 출발한 밀집된 사육환경과 자연 질서 파괴가 대규모의 전염병, 광우병 등 새로운 질병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연이 아니라 우리 속의 채워질 수없는 탐욕과 오만임을 우리 불자들은 알아야 한다.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 사회는 분야를 막론하고 생산성을 추구하며 열심히 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이 시대의 생산성 향상이란 과연 무엇을 향해, 무엇을 위해 추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는 오직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어떠한 것이던 간에 모든 것은 연기적으로 일어나며 우리 속의 막연한 두려움이란 마치 신기루처럼 자기가 지어내어 스스로 그 안에 들어앉아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임을 깨어서 바라보아야 한다. 반야심경에서 관자재보살이 자신을 포함하여 육근(六根)으로 지어낸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고정된 실체 없음을 보아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이를 통해 모든 고액(苦厄)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간명하게 말해 주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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