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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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붓다를 공경하는 방법
불자들은 세 가지 보배, 즉 불보, 법보, 승보에 귀의한다. 오늘은 귀의의 대상이 되는 붓다와 법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정각을 성취하여 붓다가 되었다. 우리는 정각의 내용을 법이라고 한다. 선후 관계에서 보면 법이 먼저 실재하고 있었고 이 법을 붓다가 증득한 것이다. 붓다가 법을 깨달은 이상 법과 붓다는 서로 다른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중생에게 있어선 붓다라는 인격은 무형의 법보다 더 쉽게 접근 가능하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난해한 법을 붓다라는 인격체를 통하여 우리 중생은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중생에겐 붓다가 법보다 먼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붓다에겐 사정이 다르다.
<잡아함경>의 ‘존중경’에 의하면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룬 직후 붓다는 다음과 같이 사색하였다고 한다. “공경할 대상이 없어 공경하지 못하면 그것은 큰 괴로움이다. 공경할 대상이 있으면 상하 순서가 있고 안락을 얻어 머문다. 자못 천신·인간 등 일체 존재들 중에서 내가 구족한 계(戒) 삼매(三昧) 지혜(智慧) 해탈(解脫) 해탈지견(解脫知見)이 가장 수승하다. 이것을 공경하고 존중하자. 오직 정법(正法)이 있어 나로 하여금 자각하게 하여 붓다가 되게 하였다. 내 마땅히 그것을 공경하고 존중하자. 그것에 의존하여 머물자.” 붓다는 정각 직후 이 세상에서 당신보다 더 뛰어난 존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어느 누구도 당신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았다. 대신 붓다가 구족한 법이 가장 수승하므로 그것을 공경하자고 결심하였다. 붓다가 존경의 대상으로 삼은 법은 계 등 5가지가 나열되고 있지만 요컨대 열반과 열반에 이르게 하는 모든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오로지 당신을 붓다로 만들어 준 정법을 존경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상기의 내용은 다른 경전에서도 보인다. 붓다라는 한 개인보다도 법이 더 중시되고 있는 것을 다음의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칼리(Vakkhali) 비구는 심한 병고로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붓다를 친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병으로 인해 붓다에게 가지 못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에 옆에 있던 동료들이 이 안타까운 사실을 알리자 붓다는 몸소 박칼리 비구를 찾아가 육신의 무상함을 가르치고 붓다의 곁을 떠나 홀로 수행하라고 조언한다. 붓다는 박칼리 비구에게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육신을 보는데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자신이 가르쳐 준 법을 보아야할 것임을 훈계하고 있다. 붓다는 자신의 몸을 지칭하며 “이 썩어 없어질 육체를 보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씀을 남긴다. “법(法)을 보는 것이 여래(如來)를 보는 것이고 여래를 보는 것이 법을 보는 것이다.” 붓다의 육체조차도 만들어진 유위법(有爲法)으로 반드시 무상(無常)의 법칙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무상한 것에 의존하지 말고 정법을 바르게 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붓다를 공경하는 길은 붓다의 가르침(법)을 실천해야 한다고 붓다는 가르치고 있다. 마지막 여로에서 크게 중병을 앓은 붓다를 목격한 제자 아난다는 붓다의 건강을 걱정하며 한편 스승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 왔다. 붓다는 슬픔에 잠긴 아난다에게 80이라는 고령의 나이를 먹은 당신의 육신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난다여! 나는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었고 나의 인생 여정은 이제 막을 내리려 한다. 나는 이제 팔십 세가 되었다. 비유하면, 낡은 수레가 여기저기 수선을 받아야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것과 같이 나의 몸도 그러하다.” 붓다는 당신의 몸을 낡은 수레에 비유하며 붓다의 육신도 결국 소멸될 것이니 의존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증득한 정법은 영원히 상주하는 것이다. 영원한 정법을 언설로 설명해 놓은 붓다의 가르침은 그의 법신(法身)이 되어 오늘날까지 우리 중생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붓다를 공경하는 길은 붓다의 가르침(법)을 실천해야 한다고 붓다는 가르치고 있다. 입멸직전 붓다가 사라 쌍수 하에 누워 있을 때 천신들이 천상에서 온갖 종류의 꽃과 향료를 가지고 붓다를 공경하였다. 붓다는 이러한 외형적인 공경의 의식을 거부하고 대신 법을 제대로 수행하라고 훈계하고 있다. 거대한 사찰을 건립하고 화려한 금동 불상을 모시는 불사도 중생들에겐 필요하겠지만 붓다는 그런 것 보다 당신의 가르침을 거울삼아 실천하는 것이 진정으로 당신을 존경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불자 개개인이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내면에 숨어 있는 번뇌의 적을 퇴치하고 붓다처럼 열반에 이르는 것이 진정 붓다의 은혜에 보답하는 정도임에 틀림없다.
<동국대 불교학과 전임강사>
200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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