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기명사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승가교육을 ‘선교육 후득도’체제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충분한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과정을 선행시키고, 그런 다음에 비구(니)계를 받도록 하는 체계로 전환할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높은 자질의 수행자를 보유하여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키겠다는 조계종단의 의지가 표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또 그만큼 수많은 개선책이 제시되어온 승가교육의 체계를 혁신하는 새로운 출발이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이번의 개혁이 피상적인 제도의 개선에 그치지 말고 승가 교육체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근본 해결책을 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요청도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선득도 후교육’이냐 ‘선교육 후득도’냐가 승가교육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피교육자인 스님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또 불교 다방면의 요구에 충실하게 부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내용들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선후를 뒤바꾸는 것으로 승가교육이 혁신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교육내용과 현대적인 요구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중복되는 교과과정을 통일적으로 조정하여 가장 효과적이고도 밀도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과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소규모로 산재되어 있는 교육 기관을 통폐합하여 좀더 대규모의 교육장을 확보하고, 그 교육장의 시설과 교수진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승가 교육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그러한 교육을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어야만 승가의 권위가 높아지고, 또 질 높은 피교육자(스님)를 확보할 수 있다.
불교의 중핵이라 할 수 있는 스님들의 자질과 권위를 불교 신도들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높이 인정하는 것이 불교 중흥의 초석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종단의 총력을 모아 장기적인 계획 아래 불교계 안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과 교육체계 갖추기를 촉구한다.
■성태용(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