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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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수행의 시작
부처님의 설법 바로 들으려면 믿음 갖춰야

널리 알려진 대승 경전 중에서 <유마경>은 부처의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를 설하는 ‘불국품’을 시작으로 전개됩니다. 이곳을 보면 바이샬리성에 사는 보적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자의 아들이 자신의 친구 오백명과 함께 부처님을 찾아뵙고 공양을 올리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들이 바친 공양물은 뜻밖에도 그들이 쓰고 왔던 아름답게 꾸며진 일산(日傘, 일종의 양산) 이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바친 오백개의 일산을 하나로 만드시고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시니 그 하나의 일산에 수 많은 이 세상의 모습과 함께 모든 부처님의 나라가 나타났습니다. 이에 모여 있던 모든 대중이 한결같이 부처님의 그와 같은 신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보적 장자는 부처님이 보이신 불가사의한 모습을 찬탄한 뒤 여기에 찾아온 친구들이 모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으니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부처의 나라는 어디 있으며 그 곳에는 어떻게 해야 태어날 수 있는 지를 설해달라고 묻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중생의 국토가 곧 부처의 국토이며 그 국토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청정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설법을 이어가셨습니다.
대승경전이 거의 그렇듯 <유마경> 역시 고도의 상징과 비유의 기법으로 진리를 설하고 있습니다. 보적(寶積)이라는 젊은이는 이름부터가 보배를 쌓았다고 했으니, 이는 바로 부처님께 귀의한 중생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중생의 마음은 항상 궁핍하고 초라하지만 부처님을 믿는 마음은 이 세상 무엇과도 견줄 바 없는 보배를 얻었으므로 보적이라 이름 한 것입니다. 그 보적의 아버지가 장자라 했으니 장자는 곧 부처님이고, 부처님께 귀의한 중생은 부처의 자식으로 뒤를 이어 역시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함께 나오는 친구들 또한 부처님께 귀의한 중생들로, 오백이란 숫자는 신심을 일으킨 무량한 수효의 중생을 상징합니다. 그들이 바친 일산 또한 믿음을 상징한 것으로, 일산이 햇빛을 가려주고 비바람을 막아주듯 믿음이야 말로 능히 중생의 온갖 괴로움을 막아 주므로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부처님이 오백명이 바친 그 많은 일산을 하나로 만드셨다는 것은 일체 중생의 모든 믿음은 결국 하나의 깨달음으로 귀결된다는 의미이고, 발로 땅을 누르셨다는 것은 부처님이 발을 딛고 계신 장소는 이 세상 밖이 아니라 바로 중생들이 살고 있는 이곳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로 만들어진 일산 속에 모든 중생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은 중생들의 믿음이 부처의 깨달음으로 완성될 때, 중생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가 차별이 없어진다는 이치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고 불국토를 장엄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믿음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 믿음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고, 이것을 발할 때에 부처님의 설법을 바르게 들을 수 있는 것이며, 이로부터 수행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참선을 하고 명상을 닦기 전에, 자신에게 부처님을 향한 믿음이 갖추어져 있는지 우선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유마선원장>
200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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