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입을 모아 찬양하거나 비난을 퍼부을지라도 큰 집의 기둥처럼 흔들리지 않고, 애욕을 떠나 모든 감관을 잘 다스리는 이, 어진 이들은 그를 성자로 여긴다.
<수타니파타>
가마솥 밥이 맛있다는 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경험으로 안다. 그런데 그 까닭은 ‘어머니의 손맛’처럼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무엇이 아니다. 최근 밝혀진 과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마솥 밥맛의 비결은 솥뚜껑에 있다고 한다. 외양에서 느껴지는 것과 달리 솥뚜껑의 무게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묵직한 솥뚜껑이 솥 안에 열을 골고루 분산시키면서 최고의 밥맛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가장 맛없는 밥은? 당연히 냄비 밥이다. 기압이 낮은 고지대에서 밥이 잘 안되는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해를 넘겨서도 또 무수한 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해, “막 가자는 것이지요”에서 “대통령 못 해 먹겠다”를 넘어 ‘재신임’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소강 국면을 맞는가 싶더니, 선거운동 시비로 또 말들이 많다.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솔직하다’에서 ‘경박하다’까지. 어느 쪽이 더 온당한 평가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신중하지 못한 언사를 보이고도 ‘솔직’을 부적처럼 여기는 것은, 솔직이라는 말에 담긴 미덕의 상당 부분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솔직하기만 하면 모든 게 다 이해될 거라는 식이면, ‘예·의·염·치’는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야 할 패덕이 된다.
솥뚜껑은 묵직함으로 최고의 밥맛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뜸이 다 들었을 때, 비로소 입을 연다. 솥뚜껑의 리더십이다.
■윤제학(아동문학가 /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