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종 석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요즘 우리 사회는 각 분야에서 변화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물갈이니, 핵시설에 대한 근본적 반성,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각성, 교육, 문화, 경제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변화를 외치고 있다. 이것은 아무래도 사회 병적 현상이라기 보다는 가치체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치체계의 변화는 사회가 발달하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가 많아지게 되고, 거기에 따른 다양한 충족을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삶의 질에 관련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방법이나 제도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다양한 변화는 바로 다양한 욕구들이 사회의 각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기본적인 생리적 요구에서부터 조직화된 환경에 속하려는 안전욕구, 인생의 동반자와 가족이나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갈망인 애정에 대한 욕구, 그리고 사랑하려는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다음으로 자존감의 욕구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앞에 열거된 욕구들이 충분히 만족되면,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alization need)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는 병렬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단계에서부터 충족도에 따라 높은 단계로 성장해간다고 했다. 만약에 낮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높은 단계의 욕구는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고 이미 충족된 욕구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에 따르면 각 나라마다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따라 욕구도 다르며 충족하는 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어떤 나라는 생리적 욕구가 강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하는 반면 어떤 나라는 안전의 욕구가 강해서 안전의 욕구충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투자하게 된다. 높은 수준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나라일수록 사회, 경제적 발전이 더 잘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변혁이니 사회개혁이니 하는 것은 바로 이 욕구의 강력한 사회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욕구들이 집단 이기주의적으로 또는 자기중심적으로 표출되면 사회 구성원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조화를 깨는 일이 된다.
<육종중생경>에 이런 비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여섯가지 중생을 얻었다. 개, 새, 독사, 여우, 물개 그리고 원숭이를 얻었다. 그는 이 중생을 한 곳에 매어두었다. 그러자 개는 마을로 가려하고, 새는 허공으로 날아가려고 하고, 뱀은 늘 구멍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여우는 무덤 사이로 가려하고, 물개는 바다로 가려하고, 원숭이는 산으로 가려고 한다. 이 중생들은 서로 즐겨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편안한 곳으로 가기를 희망하여 서로 즐기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각기 힘을 다하여 바라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이것은 우리의 육근을 비유로 설명한 것이다. 여섯가지 감각기관이 서로 제가 즐기는 경계를 구하고 다른 경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인간의 욕구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하나의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있는 생명과 같은 것이기에 서로 조화를 이룰 때에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불자가 바라보는 변화하는 세상은 욕구들의 잔치로 보일 것이다. 이 잔치가 잘 진행되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려면, 여섯 중생을 기둥에 튼튼하게 매어 두는 것처럼, 욕구와 욕구에서 중도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