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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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붓다는 번뇌의 잠에서 ‘깨어난 자’
無明에서 벗어나려면 지혜 필요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경전은 그 양이 지극히 방대하다.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말이 이 사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 크게 시기별로 분류해 보면, 초기불교 경전류와 대승불교의 경전류로 분류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경전이 석가모니 붓다의 입멸 후 500여년 이후에 성립된 것임에 비해, 초기불교의 경전은 석가모니 붓다의 육성을 담고 있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불교 경전으로 한역 아함경과 팔리어 니카야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초기경전 중에서 주요한 경전을 선별하여 앞으로 독자들과 그 내용을 음미하고자 한다. 경전의 성립 시기나 구성 양식에 관한 문헌학적인 부분은 생략하고 경전의 핵심적인 내용을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경전 속에서 붓다를 어떤 분으로 이해하고 있는 지, 어떻게 붓다의 가르침을 공부해야 하는 지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고 나서 붓다의 가르침을 하나씩 되새겨 보고자 한다. 독자들의 피드백이 있으면 기꺼이 반영하고자 한다.
오늘은 붓다 당신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 지 살펴보기로 하자. 붓다의 주민등록상의 성씨는 고타마(Gotama)이고 이름은 싯달타(Siddhattha)였다. 우리처럼 붓다는 부모형제가 있었고 아내도 아들도 있었다. 붓다라는 말은 원래 고유명사가 아니고 보통명사였다. 붓다는 동사 어근 ‘Budh’(자각하다, 깨어나다)에서 유래한 명사이며 자각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대개 ‘the Awakened’(깨어난 자)로 번역한다. 일차적 의미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 사람이라는 말이지만 종교적으로는 무명의 잠에서 깨어난 자라는 존칭이다. 따라서 무지의 상태에서 실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기만 하면 누구나 붓다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불타(佛陀)란 한역어는 붓다(Buddha)의 음역이고 의역어로는 ‘覺者’(눈을 뜬 사람)가 한역 경전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한역 경전에선 대체로 음역어인 불타가 더 많이 사용되었고 줄여서 ‘佛’(불)이라고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불타가 부처라고 음사되었고 여기에 존칭 접미사 ‘님’자를 붙여 일반적으로 부처님이라고 부른다.
불교의 역사상 붓다란, 일체 중생의 스승으로 가장 이상적인 존재로 존경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붓다가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므로 역사적 존재인 불교의 개조(開祖)를 다른 제불(諸佛)과 구별하기 위하여 ‘석가모니 붓다’라고 이름하기도 한다. 대승불교가 일어나기 전 붓다라는 말은 대체로 석가모니 붓다 한 분에게 사용되었다.
다음은 잡아함경 제4권에 실려있는 경전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어떤 브라흐민이 길을 가다가 비범한 발자국을 보고 그 발자국의 주인을 알고 싶어 발자국을 따라간다. 드디어 나무 아래에서 명상하고 있는 사람이 발자국의 주인임을 발견하고 붓다에게 질문을 한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신입니까?” 붓다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당신은 용입니까?”라고 다시 묻는다. 붓다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신은 사람입니까?”라고 묻자 붓다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다. 대답을 듣고 당황해 하는 질문자에게 붓다는 말한다. “그러한 존재들은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이다. 그러나 나는 번뇌의 잠에서 깨어난 자(붓다)이다.”
욕망, 쾌락, 재산, 명예 등 온갖 번뇌의 미끼에 걸려들어 잠이 든 우리 중생에게 눈을 뜬 붓다는 잠에서 깨어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끼를 놓지 못하는 물고기처럼 자신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을 붙잡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밤에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을 뜬다. 그러나 번뇌의 잠에서 우리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번뇌의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혜가 필요하다고 붓다는 가르치고 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어둡고 보이지 않으나 눈을 뜨면 환하게 보인다. 번뇌에 덮여 있으면 무명(無明)이고 번뇌의 장막을 제거하면 지혜의 빛이 쏟아진다. 불교가 다른 신앙종교와 달리 지혜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갖 번뇌에 잠이 들게 하는 무명을 제거한 자가 붓다이므로 우리 범부도 무명의 잠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혜를 계발해야 한다.
<동국대 불교학과 전임강사>

필자인 안양규씨는 서울대 종교학과(89)와 동국대 불교학과(91)를 졸업, 93년 동국대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98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동경대 인도철학불교학과 객원연구원,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전임강사를 맡고 있다. <붓다의 비유설법>,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200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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