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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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해밝이 소식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라.
겨울 오고 봄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
학명 스님(鶴鳴, 1867~1929)

무상(無常)의 시간관으로 보자면 우리들이 하루, 한달, 한해라고 말하는 분절적 시간 마디는 관념의 산물이다. 시간의 존재양태는 한 순간의 머무름도 불가능한 ‘흐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달은 분들은 그것을 분별의 소산이라고 말하고, 그것에 기대어 부질없는 꿈꾸기를 그만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범부의 입장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작심삼일에 그칠지라도 새해만 되면 저마다 ‘꿈의 궁전’을 세우기 마련이다.
사주(四柱)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네 기둥으로 보고 각각의 간지 두 글자를 합쳐 평생 운명, 즉 팔자를 따진다. 이것이 고정불변은 아니어서, 10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대운(大運)이라고 하고 1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세운(歲運)이라고 한다.
사주가 불교의 오지랖 속으로 들어오면 사자(使者)가 된다. 연직(年直)·월직·일직·시직 사자가 되는 것이다. 시간의 인격화라 볼 수 있는 이 사자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인간이란 존재의 유한성을 극적으로 상징한다. ‘날마다 좋은 날’이란 ‘날마다 죽기 좋은 날’에 다름 아니다.
일념만년(一念萬年)이라 했다. 한 생각이 만년의 세월을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왕경에 이르기를 “찰나에 9백 생멸이 있다”고 했다. 허구의 시간에 꿈을 가탁하지 말고 다가오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 부처님께서 2,500년 전에 전해주신 해밝이 소식이다.
■윤제학(아동문학가 / 본지 논설위원)
200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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