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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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입법계품 <50>
바산바연저 주야신의 법문

선재동자가 다음으로 찾아가는 선지식은 염부제 마갈제국의 가비라성에 있는 바산바연저(婆珊婆演底)라고 하는 주야신(主夜神: 밤을 맡은 신)이다. 성의 동문으로 들어가니 바로 해가 넘어가서 그 주야신이 허공에 있는 보배누각의 향련화장(香蓮華藏)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몸은 금빛이며 용모가 단정하며 보배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머리에는 범천관을 쓰고 있었으며, 그 몸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빛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몸의 털구멍마다 무량한 악도(惡道)의 중생들을 제도하여 그 길에서 벗어나게 하여 그 중생들이 인간세상 또는 천상에 태어나기도 하며, 이승(二乘)의 깨달음으로 향해 가기도 하고 온갖 지혜(一切智)의 길을 닦기도 하는 형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또한 털구멍마다 갖가지로 교화하는 방편을 보이는데, 여러가지 모습과 법으로써 중생을 성숙케 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주야신에게 엎드려 절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저는 선지식을 의지하여 여래의 공덕과 법장을 보호하려 하오니 부디 저에게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십시오. 그 길로 행하여 열 가지 힘(十力)의 지위에 이르고자 합니다.”
그때 그 주야신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이 모든 중생의 어리석은 어둠을 깨뜨리는 법광명의 해탈’을 얻었다. 나는 나쁜 꾀를 가진 중생에게는 크게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지 못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고 나쁜 두 가지 행을 하는 중생에게는 둘이 아닌 마음을 일으킨다. 잡되고 물든 중생에게는 깨끗함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삿된 길로 가는 중생에게는 바른 행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용렬한 이해를 가진 중생에게는 큰 이해를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생사를 좋아하는 중생에게는 윤회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이승(二乘)의 길에 머문 중생에게는 온갖 지혜에 머물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을 얻었으므로 항상 이런 마음과 서로 응하고 있다.”
주야신은 계속해서 어려움에 처한 중생들의 갖가지 고난을 구제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설한다. 밤이 깊어 인적이 드물고 귀신과 도둑과 나쁜 중생들이 쏘다닐 때나, 날씨가 나빠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때에 중생들이 바다에 들어가거나 육지에 다니거나 산림 속 등의 험난한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갖가지 방편으로 구제해 주면서 항상 그들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중생들이 캄캄한 밤에 무서운 일을 당했을 적에는 해와 달ㆍ별ㆍ새벽 여명ㆍ저녁 번개 등 갖가지 광명이 되어 위태로운 액난을 면하게 하면서 중생들이 모든 번뇌의 어두움을 없애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중생들이 삿된 소견에 빠져 있거나 애욕의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법을 설하여 법에 만족하며 법에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하면서, 그들이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의 캄캄한 무명을 깨뜨리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발심한 뒤에는 보현의 법을 보여주고 열 가지 힘을 일러주며, 여래 법왕의 경계를 보이고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을 보이며, 부처님의 수행과 부처님의 자재와 부처님의 성취와 부처님의 다라니와 모든 부처님의 한결같은 몸과 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곳을 보여서 그들을 편안히 머물게 한다.
법문을 설하고 있는 주야신의 명칭인 ‘바산바연저’는 봄에 나오는 모든 싹을 담당한다고 하는 의미이다. 이것은 이 주야신이 설하고 있는 법문이 보살 만행의 싹을 틔우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 주야신을 포함하여 이어서 등장하게 되는 아홉 명의 주야신이 범본(梵本)에 의하면 모두 여신(女神)으로 되어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여신(女神)은 자비의 모습을 표방한 것으로서 세속에 들어가서 대자비를 오래도록 양육하는 것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여성으로 나타낸 것이다. 묘한 지혜로써 세속에 들어가서 자유자재하게 통하기 때문에 천신(天神)이고, 세간의 어두움의 세계에 들어가 법의 광명을 비추어 일체 중생의 무명을 타파하기 때문에 야천(夜天)으로 나타낸 것이다.
바산바연저 주야신이 설하고 있는 법문은 선재동자가 여래의 공덕과 법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배우고 행하여 부처님이 갖추고 계신 십력(十力)의 지위에 이를 수 있는 법을 물을 것에 대한 대답이다. 그러므로 이 법문은 보살행을 통해서 부처님의 공덕과 능력을 싹틔우는 법을 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선지식이 머무르고 있는 곳도 부처님이 태어난 가비라성인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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