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화폐·수단·저울 사용 배척
현대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불교도들의 고민 중의 하나가 자본의 확충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불교적인가에 대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이것은 아마도 필자의 속내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욕망과 절제, 내지 욕망과 그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등이 다양한 사회문제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한 존재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가치의 문제로 전개되면 상대적 빈곤을 극복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완성하기 위해 상식과 보편적인 윤리의 범주를 벗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익을 극대화하여 부자가 되는 첩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업에 종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원초적인 것이며, 오랜 역사를 지속해 왔다. 부자가 되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가끔은 경제적인 궁핍이 불편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문제는 사람에 따라 선택한 삶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욕망의 불꽃은 쉽게 가라않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에는 인간성이 없다고 말한다.
부처님은 일정한 목표를 지니고 있는 재산의 획득도 엄격한 윤리적 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재산을 축적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괴로움이나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며,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대시키고 축적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법을 위반하면서 사는 것과 법에 의해서 죽는 것 가운데 택일을 하라면 법에 의해 죽는 것이 법을 위반하면서 사는 것 보다 낫다”(테라가타)는 굳은 신념이 각자의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법이란 용어는 다의적인 개념을 지니고 있어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우리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규칙, 법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리에 의한 가르침, 성자들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세속적이기보다는 초탈적, 종교적, 도덕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상인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올바른 방법을 통해 재산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정한 화폐, 부정한 저울, 부정한 수단을 배척”하며, “악인은 시장에서 올바른 상행위를 망친다”(자타카)고 말한다.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이익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남과의 관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동물적인 습성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상업에 응용할 때 부처님께서는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령 번개가 머리 위에 떨어질지라도 재보를 위해,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을 위해 알고 있는 것을 거짓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마치 샛별이 사계절 내내 보이듯이 자기가 가야할 길을 버리고 남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진실을 버리고 빈말하는 일이 없다면 너도 역시 성불하는 시절이 올 것이다”(자타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도의 문제이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뢰받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는 결국 우리들의 정직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직의 중요성은 매매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대차관계에서도 정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빌린 돈을 빌리지 않았다고 우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불교에서는 정당한 이자놀이는 허용이 되었다(중아함경). 그것이 고리대금이라면 물론 안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율장에 의하면 채무가 있는데도 변제하지 않은 사람은 출가를 허락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본이란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따라서 “총명한 사람은 적은 자본으로도 능히 입신할 수 있다. 한 점의 불을 불어서 피워 올리듯이”(자타카)라 말한다.
매매는 벌이 꽃에서 꿀을 따듯이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지닐 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원가에 인건비, 물류비 등을 합산한 정당한 가격을 정하고 팔아야 하는 것이지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혹여 매매과정에서 물건 값을 잘못 말했어도 사는 사람이 처음 말한 것을 고집하면 주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더하여 상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세상을 읽을 줄 아는 형안이 있어야 하며, 교묘하게 활동해야 하고, 기초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흐름과 구매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