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란 이름의 부모
숨진 어머니 주검 옆에서 6개월 동안 살아온 어느 중학생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본다고 6개월 전 조퇴한 이후로 학교에 전혀 나오지 않던 이 학생은, 어머니를 지키겠다며 외부와 단절한 채 어머니 주검 곁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늘 그렇듯,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어 힘들게 사는 이웃에 대한 동정과 주변의 무관심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만일 세상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으시거든 부모를 잘 섬길지니 부모를 섬기는 것이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다”라는 <대집경>의 말씀처럼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불교에서도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이다. 심지어 <십지관경>에서는 “어머니 계실 때를 가장 부(富)한 것이라 하고 안 계신 때를 가장 가난한 것이라 한다. 어머니 계실 때는 한낮이며 안 계실 때는 저녁이다. 또 어머니 계실 때는 모든 것이 원만하나 안 계실 때는 공허하다”고까지 한다.
돌봐주는 주변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5년 전에 아버지도 잃은 이 학생이 “어머니의 추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다”고 하는 말 속에서 선재는 그가 감내하고 있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는 생각이 든다.
<아함경>에서는 “효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의식(衣食)을 제공하는 것은 하품(下品)의 효양(孝養)이요, 어머니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은 중품(中品)의 효양이며, 부모님의 공덕을 여러 부처님께 회향함을 상품(上品)의 효양이라 한다”고 한다. 부모님의 공덕을 부처님께 회향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부모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선재는 생각한다. 누구나 진정한 부모님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바로 모두가 부처님이기 때문이다.
그 학생의 담임선생님이 6개월 만에 학생 집을 찾았다고 해서 처음에는 일부의 비난이 있었지만 그 세월 동안의 선생님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마음이 따뜻해져야 할 연말연시. 이제 우리가 나서서 그의 부모가 되어 줄 차례이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