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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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평범한 것과 일반적인 것
“울고 웃는 평범함 속에 도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동물은 흙에서 온 음식을 먹고 사는데 간혹 흙 자체를 먹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동물이 흙을 먹는 것은 크게 비정상이라고 보지 않으나 사람의 경우에는 기아 때문에 먹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이식증(geophagy)이라 하여 일종의 소화나 정신 장애로 인한 질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영장류 등의 여러 동물들과 더불어 인간이 의도적으로 흙을 먹는 것은 생각 외로 널리 퍼져있으며, 주위에서도 2살 미만의 어린 아이들에게서 종종 이런 경향이 관찰된다. 동남아,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음식의 일부나 소화약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하라 사막 남부의 부족 등의 많은 집단에서 임신부가 직접 흙을 먹는 것이 허용된다. 이 때 주로 선호되는 유기물이 많은 고령토 등은 임신 초기에는 칼슘 등의 공급원이 되고, 흙을 먹은 모체 내에 생긴 많은 미생물에 대한 항체는 태반과 초유를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병이라 여기지만 이러한 종류의 질병은 특정한 병원체가 없다는 점에서 일반 감염증과는 전혀 다르며 단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람은 전통적인 음식만 먹는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가 곧 병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 우리가 종종 듣는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는 말이 생각난다. 간혹 조용하고 안정된 마음을 평상심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많지만, 평상심이란 그야말로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의 마음이기에 이 말은 울고 웃고 슬프고 괴로워하는 우리의 평소 마음 그대로가 곧 도라는 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일상적인 삶에 만족할 줄 알고 (知足) 감사하며 살라는 말씀이 있다. 즐겁고 기쁘거나, 울고 웃고 슬프고 괴로운 일도 많은 평범한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이식증 외에 요즘 간혹 이야기 되는 동성애를 보자. 살인자는 또 어떠한가? 결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살인, 전쟁이 없었던 적은 없다. 또 대통령이란 위치도 비록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집단의 인솔자로서 사회적 동물인 인류 집단이 시작된 이래 계속 있어왔던 자리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이상 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야 말로 평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흙을 먹는 이식증이나 동성애나 살인, 혹은 대통령도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평범한 것이요, 더 나아가 죽음이란 것도 지극히 평범한 범사인 것이며, 여기에서 세상의 선악과 시비를 벗어나 모든 것에 대한 진정한 평등심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고요하고 좋은 것만이 아니라 너와 나의 삶 속에서 생기는 모든 좋고 나쁜 일에 대하여 감사하고 지족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나누는 삶을 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불제자라면 누구나 가야할 결코 관념적이 아닌 절절한 체험의 길인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평상심이 곧 도라 하라.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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