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화합하는 삶 보여 대중화 실현
1996년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출범과 더불어 본격화된 귀농운동은 한국 사회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 투쟁과 도시적 사회운동 일변도에서 농촌과 생명이라는 우리민족의 정서가 담긴,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공동주최로 12월 11일 열린 ‘귀농운동 8년, 돌아보기와 내다보기’ 토론회로 귀농운동 8년을 평가했다. 〈정리=남동우·김은경 기자〉
젊은층 주체로 생태농업 활성화 시급
이병철/전국귀농운동본부 본부장
이제 우리 농업은 생태적인 농업, 이른바 ‘친환경농업’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 기상이변과 식량위기, 성장의 한계 앞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은 친환경농업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생태농업의 필요성과 기존 관행농업의 차이를 알고, 생태농업을 주도해나갈 주체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런 후 생태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사회적 조건, 즉 생산자와 소비자의 제휴를 이뤄 자연과 공생의 유기적인 관계를 구현해야 한다.
관행농업의 목적은 공업적 생산양식에 의한 경제가치 곧 상품생산 자체이다. 그러나 생태농업은 자연생태계와 조화하면서 생명을 기르고 살리는 것을 기본적인 가치로 삼는다.
환경생태농업을 통해 땅과 자연이 갖고 있는 생태순환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농촌과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하고 많은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귀농만이 농촌과 농업을 회생시키고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도농공동체 운동 즉,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건강과 생명을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제휴운동을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정책 대안 마련 또한 필요하다.
이와 함께 생태농업 실현조건이 유리한 지역 중심의 생태농업 거점을 마련하고 생태농업의 불씨를 퍼트려야 한다.
귀농의 실행, 정착위한 제도화 필요
성여경/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
농촌의 현실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아니 조금씩 더 무너지고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기 위해 귀농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8년간 귀농운동의 근간은 교육 중심이었다. 농촌으로 돌아가 영농의 주체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국에서 귀농학교 과정을 수료한 인원수가 지금까지 총 3,741명에 이른다.
귀농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은 자립적 삶과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며,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의, 식, 주, 교육, 의료 다섯 가지 항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였으나 귀농 운동의 본질인 ‘관심-교육-귀농-정착’의 틀에서 보면 일부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귀농운동의 중심이 교육으로부터 귀농과 정착으로 그 중심을 서서히 이동해나가야 한다. 귀농의 실행과 귀농자의 정착을 이뤄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법제화해, 제도권 안으로 귀농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정책을 연구하고 이론적 배경을 논리적으로 검증해낼 수 있도록 귀농 정책 연구소를 설립하고, 각 지역 귀농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귀농자 모임을 활성화하는 조직사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생협매장 등 통한 순환적 소비력 조직
이정호/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
귀농운동 제2기를 맞기 위해선 귀농자간의 지역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생산지 확보 운동을 확대해야 한다. 생협 매장과 종교계 시설을 통한 ‘지역귀농인코너 확보운동’으로 지역 순환적 소비도 절실하다. 또한 토지와 농업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귀농자의 튼튼한 정착을 위해선 귀농준비 단계의 내실화와 귀농지 선택 및 정착단계에서 생태적·공동체성 강화 등의 귀농자들의 역할이 강조된다. 또한 유기농산물 생산과 가공 및 유통에 관한 교육 강화 등 귀농정착 지원을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앙집권적 영농정책 제고와 친환경농업에 입각한 지역경제론 확립 촉구 등의 귀농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 중앙 및 지방정부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귀농을 통한 행복한 삶’을 보여줘, 귀농운동을 대중화·사회와하는 것도,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길이다. 생태적·공동체적 귀농지에서 귀농자들이 자신의 유기농산물 생산에 주력해야 하며, 보다 인간적이며 여유로우며 보다 지역주민들과 화합하는 삶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산지에서 인근의 중소도시 소비자들과 중소규모의 도농공동체 운동에 대해서도 정통해질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지역공동체 운동’이 현실 속에서 구현돼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