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세번은 붙잡으셨다
결국 가장 염려하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이라크에 파병을 결정한 몇 나라들이 테러를 당하는 일을 보면서도 우리는 저것이 우리의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안심과 오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라크 반군은 일본인에 이어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파병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미국의 압력 때문에 전쟁에 참가해서 빚어진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30년 전에 충분히 보고 듣지 않았던가!
코살라국의 유리왕이 부처님의 고국인 석가국을 침공한 이야기를 전하는 불전(佛傳)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유리왕은 젊은 시절에 석가국에서 당한 모욕을 복수하겠다며 공격에 나선다. 부처님은 처음에는 석가국으로 통하는 거리의 큰 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참선을 하고 계셨다. 두 번, 세 번까지는 유리왕도 석가모니에게 경의를 표하고 공격을 일단 멈추었다. 목련이 여쭈었다. “왜 신통력으로 석가국을 지켜 구원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의 대답은 “석 가국 전체 사람들이 쌓은 업의 과보를 그 누가 대신 받을 것인가?” 였다. 그리고 좌선을 중지하셨다. 거칠 것 없는 유리왕은 석가국을 공격하여 멸망시켰다.
부처님께서도 동족을 구원해 보시려고 유리왕의 발길을 세 번은 붙잡으셨다. 우리의 나랏님은 과연 몇 번이나 미국의 발길을 붙잡으셨는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에 눌려 전혀 상관없는 타지에서 생을 마칠 만큼 우리 민족의 업이 두터운 것일까?
민간인을 향한 테러라며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이라크에 남아 있는 우리 국민이 몇 명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대사관의 역량을 탓할 겨를도 없다. 당장 모든 파병 논의를 중단하고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이제 첫 번째이다. 선재는 지켜볼 작정이다. 무고한 국민의 희생을 세 번씩이나 겪고 나서야 대책을 세운다면 선재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