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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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불교적 면역학
모든 생명체는 상부상조의 공생관계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에 대하여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목적을 위해 우리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비누, 샴푸, 세탁기, 치약 등도 고안해 생활하고 있다. 또한 의학에서 자기 방어의 중요한 개념을 다루고 있는 면역학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도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이물(異物)과 우리 몸 간의 전쟁이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면역학자로서 나와 외부의 너(미생물)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 수록 이러한 관계는 전쟁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평화로운 공생의 관계임을 알게 된다. 우리의 몸이 외부와 접촉하면서 가장 넓은 면적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서 우리의 장관(腸管)이 있다. 입으로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의 면적은 장내의 융모 등의 면적을 고려하여 펼칠 때 축구장 넓이 이상 된다. 우리 몸의 그러한 넓은 면적은 수 많은 미생물로 뒤덮여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1014(백조)개 이상의 세균을 한 사람이 지니고 있다고 말해지고 있으며 지구상에는 1029개 이상의 세균이 존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또 화석을 보아도 30억년 이전에도 세균은 이 지구상에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생활하면서 악수나 키스 등으로 수많은 미생물을 교환하면서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걱정하고 두려워하듯이 세균들이 사람에게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그토록 적은 종류의 세균들이 우리에게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진정 놀라운 것이다.
결국 인간은 이 지구를 뒤덮고 있는 미생물들 틈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들과 상부상조하는 공생의 관계일 뿐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몸이라는 것은 미생물들의 진화 과정 중에 그토록 많은 장내 미생물들이 자신들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 만들어 낸 작품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본다면 과연 누가 우리는 미생물들과 전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전쟁이었다면 동물이나 인간은 이미 예전에 전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을 죽여 없애야만 내가 산다고 생각하여 항생제다 무어다 하며 첨단이라는 지식을 동원해 별의별 방법을 쓰다보니 그 인과로서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는 세균이나, 살을 썩히는 세균, 과거 있지도 않던 새로운 질병(emerging diseases)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유마경 불국품에 있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의 분별로 인해 원래의 청정한 모습이 안보이는 것이기에, 첨단 의학에서도 자신이 길들여져 있던 한 생각을 바꾸면 우리의 모습은 전쟁이 아닌 평화와 상부상조의 모습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방향이 제시될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면역학을 자기(自己)와 비자기(非自己)에 대한 학문이라고 정의했지만, 현대면역학에서는 생체 조화를 깨뜨리는 상태에 대한 반응(Danger theory)이 곧 면역이라는 불교적 정의가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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