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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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입법계품 <48>
대천신의 법문

선재동자는 정취보살로부터 남쪽 타라발저성(墮羅鉢底城)에 있는 대천(大天)이라고 하는 천신(天神)을 찾아가 법을 물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 성에 이르러 보니 대천은 중생들에게 법을 설하고 있었다. 선재동자가 그의 앞으로 가서 예배하고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 법을 가르쳐 주기를 청하였다.
이 때 대천이 네 손을 길게 펴서 네 바다의 물을 움키어 얼굴을 씻으며 황금꽃을 선재동자에게 흩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은 보기 어렵고 그 가르침을 듣기 어렵다. 세간에 나오는 일이 드물어서, 중생 가운데 가장 제일이며 사람들 중의 푼다리카꽃(白蓮華)이다. 중생들의 돌아가 의지할 곳이며 중생을 구원하는 이며, 세간을 위하여 평안할 곳이 되고 세간을 위하여 큰 광명이 된다. 미혹한 이에게 편안한 길을 가리키고, 길잡이가 되어 중생을 인도하여 불법의 문에 들게 하며, 법의 대장이 되어 온갖 지혜의 성을 수호한다.
보살은 이와 같이 만나기 어려우니, 오직 몸과 말과 뜻에 허물이 없는 이라야 그 형상을 보고 그 변재를 들으며 온갖 시간에 항상 앞에 그 모습이 나타난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해탈을 성취하였으니 이름이 ‘구름 그물(雲網)’이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구름 그물 해탈의 경계가 어떠합니까.”
이 때 대천은 선재동자의 앞에서 가지각색의 보배 더미들을 산 같이 나타내었다. 또 모든 꽃ㆍ모든 향ㆍ모든 의복ㆍ모든 음악ㆍ모든 오락 기구를 산더미 같이 나타내며, 또 수 없는 백천만억 아가씨들을 나타내면서, 대천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물건을 가져다가 여래에게 공양하여 복덕을 닦고, 또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도 보시바라밀다를 배우고 버리기 어려운 것들을 버리게 하라. 선남자여, 내가 그대에게 이런 물건을 보여 주고 그대로 하여금 보시를 행하게 하듯이, 모든 중생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며, 이 선근으로써 삼보와 선지식에게 공양하고 공경하여 착한 법을 증장케 하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게 한다.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다섯 가지 욕락을 탐하여 방일하는 이에게는 부정한 경계를 보여 주고, 어떤 중생이 성 잘내고 교만하여 언쟁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매우 무서운 형상을 보여 주되, 나찰 따위가 피를 빨고 살을 씹는 것을 보여서 놀래고 두려워 마음이 부드럽고 원수를 여의게하며, 어떤 중생이 혼미하고 게으르면 그에게는 국왕의 법과 도적과 수재ㆍ화재와 중대한 질병을 보여서 두려운 마음을 내고 근심과 고통을 알아서 스스로 힘쓰게 한다.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모든 착하지 못한 행동을 버리고 착한 법을 닦게 하며, 모든 바라밀다의 장애를 버리고 바라밀다를 구족케 하며, 모든 험하고 어려운 길을 벗어나서 장애가 없는 곳에 이르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구름 그물 해탈을 알 뿐이다.”
대천이라고 하는 천신이 설하고 있는 ‘운망법문(雲網法門)’은 대자비의 구름으로 일체를 두루 널리 덮어 가르침을 비 내리도록 하여 마치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올리듯이 중생을 제도하는 법을 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지식이 ‘커다란 하늘(大天)’이라고 하는 이름의 신(神)으로 되어 있는 것은 수행력이 증대하면서 지혜가 신령스럽게 되어 모든 진실과 그대로 응할 수 있기 때문에 신(神)이라 호칭하는 것이라 보인다. 대천은 지혜가 청정해서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의지함도 없다. 무엇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일도 없고 사유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모든 것과 응하기 때문에 천신(天神)으로 불리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머무르고 있는 성의 명칭인 ‘타라발저’는 한문으로 번역하면 ‘유문(有門)’이라고 하는 의미이다. 그것은 인위적인 조작이 없는 천신의 청정한 지혜가 세간에 있는 일체의 법문을 나타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법문(大法門)이 있어서 그것으로 중생을 요익케 하기 때문에 명칭이 ‘유문’인 것이다.
보살의 ‘구름 그물(雲網)’ 해탈법문의 내용은 결국 보살의 덕(德)을 예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살은 세속에서 소중하다고 하는 모든 것들을 먼저 여래에게 공양하고, 또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도 보시바라밀을 배우고 버리기 어려운 것들을 버리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삼보와 선지식을 공경 공양하여 선법을 증장토록 하고 보리심을 내도록 한다. 또한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옳지 못한 법을 버리고 선법을 닦게 하여 모든 험하고 어려운 길을 벗어나서 장애가 없는 곳에 이르도록 해준다.
이러한 보살의 모든 활동이 청정한 지혜에서 자비심에 바탕을 두고 두루 널리 저절로 넘쳐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구름 그물의 법문’에서 말하고 있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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