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진실의 송곳
11월 29일은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이 일어난 지 16년째 되는 날이었다. 정부가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이 저지른 테러라고 발표한 이 사건이 이제와 새삼스럽게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의혹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유족들은 아직도 이 사건을 ‘실종’ 사건이라고 부르며 무려 33가지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http://www.kal858.or.kr). 최근에는 이런 의혹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까지 출간되었고, 당시 수사관들이 출판사와 저자를 고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리 간단한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치밀하게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상식이며 더욱이 테러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조사를 끝낸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맞추어 범인을 국내로 이송했다는 의심은 피할 수 없다.
고통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른 지혜의 길이라는 것은 근본불교 경전 곳곳에 등장하는 상식이다. 유가족의 고통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는 것은 수사관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일이다. <유행경>에서도 “다만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라.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라”며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수지 김 사건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올라가는 것은 선재의 심정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소송이 수사관들의 책임을 면해 보려는 위선적인 행위라면 당연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알고 짐짓 거짓말을 하여 반성하는 마음이 없고 참회의 마음이 없으면 이 같은 사람은 악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본사경>의 말씀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 튀어나오듯 능력 있는 사람은 언젠가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말이다. 언젠가 인정받는 것이 어디 능력뿐이겠는가? 사형선고를 받은 범인이 ‘국익’을 위해 특별사면을 받는 현실에서 진실의 송곳이 반드시 어둠을 뚫고 나올 것임을 선재는 믿는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