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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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안수정등(岸樹井藤)
지식의 한계 볼 수 있는 안목 필요

유전자는 생물체의 기본 청사진이다. 유전자라는 생물체의 모양을 만드는 청사진은 긴 시간을 두고 개체와 주위 환경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빚어진 결과이며, 자연계 내의 먹이 사슬의 기본을 이루어 환경의 순환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이루게 하는 바탕이 된다.
사람의 지식이라는 분별력은 당장 사람에게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생존을 위한 중요한 기능이지만 이러한 지식이 급기야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인간은 자연계 내 생물의 순환 고리를 바꿀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긴 세월에 걸쳐 주위와의 연기적 결과로서 그 모양새가 결정된 현재의 흐름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를 통해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식품(GMO)에서부터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형광 관상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지식에 바탕을 둔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은 지식이 누적됨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에 지금 우리가 판단의 근거로 삼는 지식 기준 역시 변한다. 따라서 지식을 어디까지 우리에게 적용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 없이 현재의 지식으로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태어난 지 몇 년 안되는 지식으로 수천년을 넘게 내려온 생명의 메커니즘을 바꾸고자 하는 식의 근본적인 적용은 이 지식의 완숙을 위해 후대에게 넘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그 시대에 있어서의 지식의 한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등장한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앞으로의 몫이다. 아무리 기업이나 일부 학자들의 말처럼 주어진 조건하에서의 실험 결과가 안전하다 할지라도, 이러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해성은 그 식품을 수십 년간 장기적으로 섭취한 후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현 시점에서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비단 사람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유전자 조작 식품의 대사물이 자연계에 미칠 영향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된다고 하여 생명과학자들은 당장 너도 나도 유전자 조작 기술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오래 살거나 대량으로 만들어 내려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치 멈출 줄 모르고 굴러가는 바퀴와 같다. 이 시대의 생명과학을 바라보면 누구나 잘 아는, 당장 꿀을 먹는 달콤함에 자신이 매달려 있는 외줄이 갉아 먹히고 있는 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우리의 삶을 비유한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설화가 늘 생각이 난다.
우리에게 지식은 욕망이다. 지식에 대한 한계를 설정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욕망이라는 광기(狂氣)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의미한다.
당장 몇 년을 더 살게 해주고, 당장 나에게는 없는 자식도 만들어 내고, 당장 배고픔과 아픔을 면하게 해주는 달콤함에 취해 철없는 지식을 정신없이 사용하기 보다는 인과의 무서움과 철저함을 알게 해주는 마음공부를 통해 지금 이 자리에서의 자신과 주위 환경을 받아들이자.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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