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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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4)신라의 자존심, 황룡사탑
각 층마다 신라 주변국 진압 기원 담아

전 임금(진평왕) 시대에 당나라로부터 온 모란도(牧丹花圖)와 꽃씨를 얻어 덕만(선덕여왕)에게 보였더니 덕만이 말하기를 “이 꽃이 비록 곱기는 하지마는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웃으면서 “네가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하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기를 “꽃을 그렸는데 나비가 없으므로 이것을 알았습니다. 무릇 여자로서 국색이 있으면 사나이가 따르는 법이요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따르는 까닭입니다. 이 꽃이 무척 고운데도 그림 위에 벌과 나비가 없으므로 이는 반드시 향기가 없는 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씨를 심었더니 과연 그녀의 말한 바와 같았다. 그녀가 앞을 내다보는 식견이 이러하였다. (<삼국사기> 권 제5 신라본기 제5 선덕)

당태종이 선덕왕에 오를 덕만공주를 향기 없는 모란꽃에 비유하였다. 모란은 여왕을 상징한다. 왕 위에 오르기 전부터 여왕의 통치에 대하여 얕잡아 보는 시각이 중국에서 제기되었다. 642년에는 백제와 고구려의 침입으로 상황이 어려워진 선덕왕이 당나라에 도움을 요청하자 당태종은 세 가지 방책을 제의하였다. 그 가운데 세 번째로 “너희 나라가 부인으로 임금을 삼았으므로 이웃 나라가 경멸하여 주인을 잃고 도적을 불러 들여 편안한 세월이 없었으니 내가 나의 친척 한 명을 보내어 너희 나라 임금을 삼겠다”라는 모욕적인 제안을 하였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중국에 유학한 자장은 급기야 귀국하였다. 자장이 중국에서 유학할 당시 신령스러운 사람이 나타나 “지금 당신의 나라는 여왕을 모시고 있소. 여자가 임금이라 덕은 있으나 위엄이 없으므로 이웃 나라들이 넘겨보는 것이요. 그대는 하루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 나라의 힘이 되도록 하시오.” 또한 “지금 본국으로 돌아가면 황룡사 안에 9층탑을 세우도록 하시오. 그리하면 나라가 길이 평안하리라”라고 계시하였다. 이에 자장은 바로 귀국하여 왕에게 이들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탑을 건립해야 된다고 건의하였다. 따라서 선덕왕은 거대한 탑을 세워 자신이 결코 나약한 통치자가 아님을 만방에 선포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황룡사9층목탑인 것이다. 황룡사9층목탑의 1층은 일본, 2층은 중국, 3층은 오월, 4층은 탁라, 5층은 응유, 6층은 말갈, 7층은 단국, 8층은 여적, 9층은 예맥을 진압하려는 기원을 담았다고 했지만, 선덕왕이 가장 의식한 대상은 당태종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황룡사9층목탑은 당나라를 비롯하여 자신을 얕보는 이웃 나라를 향해 선포한 선덕여왕의 자존심이자 신라의 권위인 것이다. 이 탑은 높이가 80m에 달하는 목조건물이니 신라에서 가장 큰 탑이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목조건물인 셈이다. 그런데 황룡사9층목탑이 아쉽게도 고려시대 몽고란 때 불타 없어졌으니, 덩그러니 남은 주춧돌 위에서 선덕왕이 여성 황제의 권위를 세워가는 힘겨운 역사를 떠올려 본다.
■경주대 문화재학부
200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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