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어느 야구선수가 취재하던 기자를 폭행했다고 떠들썩하다. 때리지 않았다는 쪽과 맞았다는 쪽의 입장이 팽팽해서 법정에까지 가게 될 모양이다. 대립하는 일이 생기면 늘 서로의 주장이 다른 것을 보며 선재는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에 조금씩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현재로서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야구선수가 힘이 있어 보인다. 피해자인 기자에게 동정의 여론이 움직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결말은 알 수가 없다. 언론인이 갖는 사회적인 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의미에서든 힘이 있는 쪽이 이기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일들을 보면 “원한을 갚되 원한으로 갚지 말라. 원한을 인내로써 갚으면 마침내 원한은 끝나나니 이것을 부처님의 법이라 한다”는 <법구경 분노품>의 말씀이 과연 우리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씀인가 하는 회의를 가져본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힘에 따라 좌우될 뿐, 선재가 믿는 부처님 말씀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사바세계일까?
“칼이나 몽둥이에 의지하지 말고 오직 올바른 지혜에 기초한 방법과 수단으로 악을 멀리 해야 한다.” <대반열반경>의 말씀이다. 일단은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테니 기다려봐야겠다. “선도(善道) 가운데는 진실한 말의 선도가 제일이며, 모든 등불 가운데는 진실의 등불이 제일이며, 모든 병을 치료하는 약 중에는 진실한 말의 약이 제일이니라”는 <정법염처경>의 말씀을 선재는 또 믿어보려고 한다.
야구선수에게 맞았다고 소송을 제기해도 저렇게 많은 관심을 갖는데, 경찰에게 맞는 기자들은 왜 제대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지, 또 집회 현장에서 피를 흘리는 노동자들은 왜 소송조차 할 수 없는 것인지 선재는 못내 의아스럽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