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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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암(癌)의 불교적 모습
모든 생명체 복제·증식 통해 존재유지

의학이 발달할수록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암(癌)의 발생은 높아간다. 사람의 생명이 연장되면서 평균 수명은 이미 남녀 모두 80세 부근의 수치를 가리키고 있다. 과거 사람의 수명이 짧았을 때 감염 등으로 인한 사망에 비하여 암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과 환경 개선에 따른 수명 연장이 눈에 띄게 나타나면서 동시에 여러 성인병과 더불어 암의 발생이 사망률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생명체의 생존 방식이 개선되면 될 수록 암의 발생을 돕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암은 이러한 생명체의 이란성쌍생아(二卵性雙生兒)이다. 단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에서 시작된 생명체는 끊임없이 분열하여 이십여 년 후에 수백억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어른이 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세포의 생사(生死)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완성된 성체를 이루기 위해 세포와 세포, 세포와 주위 조직 간의 연기적 유대관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암은 정상 생명체의 세포 분열 기능을 그대로 활용하되, 그러한 정상적 인과 관계를 무시하고 홀로 분열하고 증식하여 주위 조직이나 장기에 대하여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다고 암 역시 주위와의 관계를 아주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분열, 증식을 위해 새로운 혈관 형성을 유도하여 지속적인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게 하고 있으며 주위 조직으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효소를 만들어 주위 조직을 뚫고 전이(轉移)하여 전신으로 퍼져 나아간다. 이것 역시 암 나름대로의 생존해 나아가는 방식이다. 암과 생명 연장을 통해 고령화로 나아가는 우리의 욕망은 서로 뗄려야 뗄 수 없는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서 공통점이란 정상세포와 암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체는 복제를 통해 분열 증식하고 (慾望), 주위와의 관계를 통해 (緣起) 존재를 유지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기에는 제멋대로인 암세포도 철저하게 연기적 관계 속에서 작용하고 발현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 어느 쪽도 연기적 관계 속에서 인과(因果)를 떠날 수 없지만 정상세포는 인과에 매(昧)하지 않고 깨어있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가 오고감(生死)에 연연해하지 않고 때가 되면 조용히 소멸해 가는데 반해, 암세포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욕망의 노예로서 인과에 깨어있지 못하고 당장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취하여 결국 생명체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지 못하여 너와 나 모두 성급한 파멸에 이르게 된다.
오래 사는 것이 의학의 지상명제로 되어 고령화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오래 살기 위해 별의별 희한한 것을 다 먹어가며 지내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 개인이건 사회이건 그러한 욕망(慾望)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되 인과마저 무시하고 추구하게 될 때, 자기 자신이나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은 결국 우리를 암적인 존재로 만들어 가는 것에 불과하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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