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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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자니 드 실바 사캬디타 초대회장 (上)
스리랑카 비구니 교단 재건

19 세기 말엽, 서구 기독교인들의 지배에 저항하며 스리랑카의 불교 부흥을 이끈 것은 재가자들이었다. 특히 여성 재가자들은, 당시의 비구교단이 여성의 종교적 염원이나 교육 욕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기불교 이래로 가장 신심있는 불자들이 수지해오던 10계를 스스로 지키겠다고 일부 여성 재가자들이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러한 최초의 ‘10계를 지키는 여성들’, 즉 ‘다사 실 마타보(dasa sil mattavo, 10戒女)’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비구니처럼 삭발하고 가사와 흰색 법복을 입으며 ‘아라마야(Aramaya)’라는 불교공동체에서 함께 모여살았다. 그들이 선택한 의상, 즉 구족계를 받은 스님의 가사와 신심깊은 재가자의 흰색 옷이 어우러진 법복의 색이 상징하는 것은 재가자도 아니고 구족계를 받은 비구니도 아닌 새로운 지위를 선택했음을 나타낸 것이었다.
‘부처님의 딸들’이라는 뜻의 세계여성불자연합회인 ‘사캬디타(Sakyadhita)’의 창립멤버이자 초대 회장인 란자니 드 실바(Ranjani De Silva, ‘스리랑카 사캬디타’회장)는 상좌부 불교에서의 여성 출가자 제도를 복원시키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여성 불교지도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아야 케마 스님과 함께 사캬디타 창립을 주도했던 실바 회장은 스리랑카에 비구니제도를 확립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2003 참여불교세계대회(INEB)’에 참석한 실바 회장은 “사캬디타의 창립은 전 세계 여성 수행자들의 힘의 결정체”였다며 “이는 곧 스리랑카 비구니 교단의 재건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실바 회장은 “스리랑카를 제외한 남방 불교권에서는 사미니-비구니 제도가 없고, 대신 8계녀 또는 10계녀 제도가 있어 여성수행자는 절에서 10계를 지키며 살아간다”고 밝히고 비구니 승단 재건에 불교국가의 공동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의 비구니 승단 재건은 상좌부권 불교계에서 비구니와 여성불자의 힘만으로 가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남방불교권에서 비구니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스리랑카에는 현재 400명의 비구니 스님과 4천여명의 10계녀(다사 실 마타보)가 비구니 교단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실바 회장은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강한 수행력과 원력을 갖춘 비구니 스님이나 여성수행자의 역할과 함께, 독일인이었던 아야 케마 스님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리랑카 비구니 교단의 복원에는 사캬디타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1993년, 사캬디타가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세번째 국제회의를 개최했을 때, ‘10계녀 제도’를 비구니승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최고조에 달했다. 수 백명의 10계녀가 이 국제회의에 참석해 타지역의 비구니와 불교계 여성들을 만나서 토론하고, 여성 수행자의 삶을 사는데 있어 필요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와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을 깨달았기 때문에 사캬디타 스리랑카 지부는 대중들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것은 여성 수행자들의 잃어버린 비구니계를 되살리고 불교의 존속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계속)
김재경 기자
200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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