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불자 사회봉사 기회 제공
태국의 사원들은 남성과 소년들을 위해서는 종교적, 현실적인 교육을 시키고 은퇴후에도 귀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하지만, 여성 불자들에게는 의지할 수행처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여성 수행자들은 그들만의 공동체인 사원에서 여성 불자들을 교육하거나, 여성들의 가정문제나 개인적인 고민들을 상담하고 도와줄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비구니가 사회 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기도 했기에, 타타오 스님이 건립한 송다르마 카리야니 사원에서는 이러한 요구들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여성 불자들이 사회 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오랜 불교국가인 태국도 더이상 외면할 수 만은 없었다.
그러나 대다수 태국 비구 스님들은 아직도 비구니 교단이 성립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타타오 스님이 엷은 황색 법복을 입고 여성 불자들을 위한 사원을 열었을 때, 비구 교단에게 돌아가야 할 특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교단과 시 당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태국 교단의 최고지도부인 장로회의의 조사에 의해 그녀의 무죄가 입증되고 난 이후에야, 정부와의 갈등이 수그러들 정도였다.
하지만 타타오 스님이 중국(대만) 법계의 비구니계를 수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 교단은 여전히 그녀의 수계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녀는 지금도 상좌부 비구니가 아닌 중국 불교의 비구니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태국의 교단은 수직구조로 조직되어 있으며, 주로 정부의 감독하에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멀지 않아 태국 불교의 남녀 평등은 어느 정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 불자에 대한 차별이 적지 않음에도 태국의 일부 학식있는 소장파 비구 스님들은 여성 불자와 비구니 교단을 향한 낡고 부정적인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타타오 스님은 “비구니 문제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소장파 비구 스님들이 원로회의 석상에 앉게 되는 그날이, 태국 비구니 교단이 성립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고 전망한다.
방콕 탐마사트 대학 카빌싱 교수가 발행하는 <국제 여성 불자 운동 회보>도 이와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비구니 교단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재가자들을 설득하여 비구니라는 관념을 받아들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태국의 여성들이 중국(대만)의 법계를 받고 나서 청정한 실천을 통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다.”
오늘날 태국에는 비구니 대신 ‘마에 지(Mae Ji)’라는 재가 여성 수행자들이 존재한다. 사원 내에 거주하면서 흰색 법복을 입고 삭발한 이 여성 불자들은 독실한 재가자들로서, 10계 중 5계나 8계를 스스로 수지하고 출가자와 재가자의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1만여명에 달하는 ‘마에 지’들은 스리랑카의 진보적 여성 불자들이 조직한 ‘다사 실 마타보(10계를 지키는 여성 교단)’와는 달리, 아직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좌부 불교의 여성 불자들이 사미니계 이상의 비구니계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불교의 비구니로부터 계를 받아야 한다. 태국을 비롯한 상좌부 불교의 비구교단은 비구니 교단을 인정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압력을 받고 있지만, 소승의 율장을 따르는 그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