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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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수밀다녀의 법문
자비심 가지고 중생세계 들어가 교화
오염된 마음없이 탐욕 없애는 道 실현

선재동자가 찾아가는 53선지식 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바로 바수밀다녀이다. 왜냐 하면 그녀가 거리에서 몸을 파는 유녀(遊女)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선재동자는 남쪽에 있는 험난(險難)이라고 하는 나라의 보장엄성(寶莊嚴城)에 이르러 바수밀다 여인을 두루 찾아다녔다. 그것을 보고 바수밀다녀의 공덕과 지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 동자는 지혜가 명철하고 미혹하지도 않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이 여인에게 반하지도 않고 탐욕의 수렁에 빠지지도 않을 터인데, 무슨 뜻으로 이 여인을 찾고 있을까?’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혜가 있는 줄을 아는 이가 있어서 선재동자에게 ‘그대가 이 바수밀다 여인을 찾으니, 그대는 이미 광대한 좋은 이익을 얻은 것과 같다’고 하면서 그녀가 성 안의 저자 북쪽에 있는 자기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선재동자가 그녀의 집에 이르러 그 집을 보니 거대한 누각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고 화려하고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한량없는 보배로 훌륭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녀의 용모를 보니 단정하고 모습이 원만하여 욕계(欲界)의 사람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모든 중생의 갖가지 말을 모두 알고 있었고, 문장을 잘 알고 언론이 능란하며, 환술(幻術)과 같은 지혜를 얻어 여러가지 방편에도 통달하였다. 선재동자가 그녀 앞에 나아가 예배하고 나서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 법을 묻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탐욕의 경계를 여읨’이다.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내는데, 하늘이 나를 볼 적에는 나는 천녀의 형상이 되어 광명이 훌륭하여 비길 데 없게 된다. 그와 같이 사람이나 사람 아닌 이가 볼 적에는 나도 사람과 사람 아닌 이의 여인이 되어 그들의 욕망대로 나를 보게 한다.
또한 어떤 중생이 애욕에 얽매여 나에게 오는 경우에,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면 그가 법을 듣고는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얻게 된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환희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와 말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걸림없는 음성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내 손목을 잡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에 두루 가는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내 자리에 잠깐만 올라와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해탈한 광명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살펴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의 활개 뻗는 것을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외도를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내가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부처 경계의 광명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나를 끌어안으면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고 항상 떠나지 않는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나와 입술을 한 번만 맞추면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모든 중생의 복덕을 늘게 하는 삼매를 얻는다. 이와 같이 나에게 가까이 하는 중생들은 모두 탐욕을 여의는 경계에 머물러 보살의 온갖 지혜가 앞에 나타나는 걸림없는 해탈에 들어간다.”
바수밀다 여인이 설하고 있는 ‘탐욕의 경계를 여읜 해탈’ 법문은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자비심을 가지고 중생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그들을 교화하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중생의 욕망에 따라서 몸을 나타낸다’고 하는 데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진실로 그녀는 보살이 세상에 수순해서 세상 사람들을 인도하는 방편 지혜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세속의 오염된 법을 행하여 보이면서도 자신 스스로는 일념(一念)도 오염된 마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오염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녀는 탐욕을 가지고 자신을 찾아온 중생들을 교화해서 오히려 탐욕에서 떠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나라의 이름이 ‘험난’인 것은 중생들의 탐욕세계를 의미하고, 머무르고 있는 나라의 이름이 ‘보장엄’인 것은 진실한 행이 안으로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 ‘바수밀다(Vasumitra)’는 세우(世友) 또는 천우(天友)라고 하는 의미인데, 그녀가 교묘하게 모든 세상 사람들을 이끌어 들여서 그들을 교화하기 때문이다.
바수밀다 여인과 같이 탐욕의 중생세계에 가서 거기에 물들지 않고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보리심을 발하여 진정한 중생 제도를 발원한 보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바수밀다 여인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원력을 가지고 중생세계로 몸소 나아간 진정한 보살인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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