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잇는 의례로서 화장문화 정립
최근 화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됨에 따라 서울시의 화장률이 1991년 24.2%, 1999년 41.9%, 2002년 57.1%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환경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화장 후 산이나 강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이 새로운 화장문화로 부각되고 있다. 11월 4일 열린 ‘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산골과 관련해 제시된 의견들을 정리했다.
<정리=이동혁 기자>
김외정
임업연구원
산림경영부장
묘지 폐해 파악 대국민홍보 나서야
산림은 생명의 원천이다. 산림은 인간 삶의 질 향상과 지구환경을 살릴 수 있도록 관리돼야 한다. 산림에서의 묘지조성은 묘지 그 자체가 비생산적인데다 국토경관과 환경의 쾌적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이제 수도권의 난개발과 산지재해 발생, 탄소배출권 손실 등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외부효과마저 유발하고 있다.
묘지가 일단 조성되면 사후 단속이 대단히 어려운 사회 정서적 속성이 있기 때문에 조성 억제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묘지의 조성 실태와 폐해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전국적 묘지통계조사를 실시하고 국가지리정보시스템과 같은 정보체계를 확보하여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국민에게 잘 알리면 매장문화에 대한 국민인식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산림에서 집단묘지 조성을 억제해 나가기 위해 집단묘지와 납골시설의 산지전용허가조건과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부담금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친환경적 산골장묘 문화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산림에서의 수목장묘시설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특히 산림의 보건기능 증진 차원에서 추모전용 휴양림의 조성을 위한 부처간의 정책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유림 주변 주민의 인식과 관행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복지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상정책도 필요하다.
박복순
(사)한국장묘문화
협의회 사무총장
시설, 제도 보완과 질적향상 시급
최근 5년여 동안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펼쳐온 화장장려운동은 우리나라의 장묘문화에 있어 변화의 물꼬를 트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서울 및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화장률이 급증하면서 이제는 화장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화장의 경제적, 실용적 측면만 강조하는 화장장려는 우리나라의 ‘죽음문화’를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고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방식으로서의 화장이라면 그것은 문화가 아니라 쓰레기처리방식에 불과하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다.
또한 납골묘, 납골탑 등의 난립으로 인한 환경파괴 및 자연경관훼손은 화장으로 인한 매장 못지않은 폐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며 세계적 추세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화장문화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삶과 죽음을 연결해 주는 의례로서의 화장문화를 새롭게 정립해 나감으로써 우리의 죽음문화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또한 환경친화적인 화장문화의 정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시설과 제도의 보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필도
서울보건대
장례지도과 교수
환경우선 아래 산골제도 단계적 도모
전통적인 장례방법으로 볼 때 산골은 강이나 산에 화장한 유해를 뿌리는 것으로 인식해왔기 때문에 산골을 위한 별도의 법적, 제도적 규제가 없었다. 개정된 장사등에관한법률에서 매장 및 화장 기준을 정하고 있으나 산골에 대한 내용은 거의 언급돼 있지 않다.
다만 장사등에관한법률 제6조에서 화장한 유골을 매장하는 경우 매장깊이를 30cm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다.
그리고 시행령 제13조의 사설납골 설치기준에 재단법인 또는 종교단체의 납골묘를 설치할 경우 화장한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강이나 산에 화장한 유해를 뿌리는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금지되는지, 산골로 인한 자연환경의 오염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 산골의 위법성여부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지 않으므로 산골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거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시 산골 장려정책에 대해서는 서울시민 70% 이상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반해 산골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자연환경 훼손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화장 후 산골에 있어서 환경친화적 정책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또 화장 및 납골시설의 확충을 병행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골제도의 단계적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