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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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우산을 든 인간
진리는 자기화 못하면 지식으로만 존재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하여 고통을 피해 안락함을 찾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동물들은 이러한 면에서 매우 솔직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선악과를 먹은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많아 자신을 속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고득락(離苦得樂)의 부처님 말씀을 배우며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신 분들, 혹은 신심이 좋아 여러 법회에도 잘 참석하시면서 그 누가 보아도 칭찬이 자자한 분들 중에도 이렇게 스스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남 보기에 칭찬받을 만큼 열심이시고 공부도 많이 하였기에 주위의 힘들어하는 타인에 게 부처님 말씀으로 좋은 조언도 하면서 스스로 편안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많은 경우 정작 자신의 문제가 생기거나 그렇게 주어진 상황이 변해서 힘든 문제가 닥치면 어찌할 줄 모르거나 매우 힘들어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으로는 고통 속에 지내는 경우도 본다.
이것은 결국 많은 이들이 부처님 말씀을 이치로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지 정작 자신의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진심으로 부처님의 뜻대로 살아가지 않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자기화가 되지 못한 부처님 말씀이나 경전은 내게는 아무 도움 되지 못하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고, 자기화가 되지 못한 채 겉모양만 불제자라면 여전히 남의 장단에 춤추는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뜻을 우리가 모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불제자로서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라는 한 구절의 뜻을 모르는 이 있을까. 무릇 상이라 하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이 허망한 것이기에 상에 집착할 것이 없다는 뜻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이미 알고 있다면 굳이 다른 경전 읽을 것도 없다.
그렇기에 누가 물으면 부처님 법이 좋다면서 정말 그럴싸하게 이치를 설명해 주면서도, 정작 가족의 행복이나 주위에 대한 배려 없이 도(道)를 구한다며 유명 법회나 참선 모임 등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부류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다. 그저 금강경 사구게 중의 한구절만이라도 자기화하기 위하여 기도, 염불, 혹은 참선 등으로 부단히 노력하지는 않고 밖으로만 구하니 어찌 평생 헛고생만 하지 않을 손가.
그러한 이들은 종종 가랑비에 서서히 옷 적시기 위해 다닌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정신 차려야 한다. 그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기화를 위한 노력 없이 여러 법회나 모임에 억겁을 다닌다 해도 결코 옷은 적셔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 내리는 곳을 찾아다닌다 해도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기에 자기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스스로 그 우산을 내려놓는 격이니 우산을 내려놓기만 한다면 단 한방울의 빗물로도 그대는 완전히 젖을 것이다.
그대가 준비되어 있다면 어디서 비가 많이 내리느냐 안내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법계가 아무런 대가없이 내리는 유정, 무정의 법우(法雨)로 그대 몸이 그대로 젖기 위해서는 오직 단 하나, 그대의 우산을 내려놓아야 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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