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기 전에 수행자’ 명시해야
군포교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군승특별교구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과 군불교위원회는 교구 설치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교구명칭과 교구장의 권한, 분담금 등 세부내용에 있어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다. 10월22일 포교원이 개최한 ‘군승특별교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정리했다.
<정리=이동혁 기자>
명칭보다 군법사 체질 개선이 시급
정범 스님조계사 재무국장
군포교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군승교구가 반드시 ‘특별’교구로 설치돼야 한다고는 판단하지 않는다. 군승특별교구가 설치되더라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군불교위원회와 별반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불교위원회든 군승특별교구든 군포교가 잘되고 있다면 이런 문제들이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사문제를 비롯해 순조롭게 군포교가 진행될 수 있다면 ‘위원회’라는 협의체도 무관하다는 생각이다.
가톨릭의 경우도 군포교를 담당하는 교구를 ‘군종교구’라고 부르고 있는데 불교계에서 굳이 군승‘특별’교구를 설치해 많은 예외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국방부측에서 보더라도 천주교의 군종교구나 불교의 군불교위원회는 창구일원화의 의미 밖에는 없다.
종회에서 ‘군승특별교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종헌·종법령에 ‘특별교구’라는 예외조항을 규정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종헌개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법안을 살펴보면 가톨릭 군종법령과 유사하고 필요에 의해 요소요소 꿰맞춘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특히 교구장과 관련해 가톨릭 군종교구처럼 ‘교구장’이라고 하기 보다는 ‘군승교구본사 주지스님’이란 명칭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군법사는 군내 불교 업무를 관장하면서 동시에 소속부대의 군종장교로서 정신전력강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임무가 충돌할 경우 어떤 임무를 우선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석이 없다.
군법사는 또 스님으로서 종단의 감독을 받아야 하고 소속 부대의 위계질서에 따라 지휘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이원화 된 체계에 대해서도 방침이 정해져 있지 않다. 군인이기 보다 수행자임을 강조하는 규정이 군승교구 설치법안에 명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군승특별교구 설치를 주장하기에 앞서 군법사들이 스님들과 동등한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군법사들의 체질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점이다.
군내 종단 위상강화에 기여할 것
전창응조계종 군불교위원회
사무국장
군불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군포교 일선에 서 있는 군법사들의 위상강화와 종단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군승 특별교구 설치는 이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는 것이다.
군법사들은 스님의 신분과 군인이라는 신분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군의 특성상 이동이 잦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일반교구본사로 설치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또 일반교구본사로 설치되려면 교구본사의 재산을 종단으로 귀속시켜야 하는데 군내 4백여 개의 군법당들을 종단에 귀속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위원회’라는 명칭은 협의체라는 성격이 강하다. 단순한 협의체로 군포교에 임한다는 것은 종단의 군내 위상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별교구로서 일관성 있는 명칭과 권위를 부여했을 경우 군법사와 교구장의 권익 증진, 군내 종단 위상강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판단된다. 군불교를 위한 종단의 인사지원과 재정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군승특별교구 설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특별교구로 군승교구가 설치될 경우 이에 따르는 종헌·종법령 제·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군불교위원회는 인식하고 있다. 교구설치가 급선무이므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적당한 시간을 두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교구장 상근직 문제는 종단 현실상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산적한 군포교 관련문제를 해결하고 군포교 효율성 증대를 위해 점진적으로 상근직화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군불교가 군승교구 설치를 놓고 논쟁하는 동안 개신교와 가톨릭은 일사천리로 군선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은 서울, 대구 등의 대교구에 필적할 만한 비중을 가지고 군종교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군포교 활성화·효율화를 놓고 군승특별교구 설립 논의가 시작된 것이 10년이 넘었다. 군승특별교구가 하루 빨리 설치돼 군포교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