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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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사랑과 부모 사랑
지나친 자식사랑 본능적 집착에 불과
존재 가능하게 해 준 인연에 보답해야

자식에 대한 부모, 특히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 헌신적인 모습으로 인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지고지순의 사랑으로까지 이야기되고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더라도 어머니 사랑을 생각할 때면 가슴 찡하지 않는가.
자연계 속의 많은 생명체는 태어나서 일정기간 어미의 아낌없는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며,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부모들도 자신의 삶의 목적을 오로지 자식에 걸고 있어, 소위 자식 교육 때문에 그 동안의 기반도 포기하고 낯선 타국으로의 이민도 마다하지 않고 짐을 챙기고 있다.
과연 이러한 부모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듯 아낌없이 주는 진정한 아가페적 사랑의 원형(原形)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끝없는 희생을 달게 감수하는 숭고한 어머니의 사랑에 있어서 우선 그 사랑의 대상에 대하여 조금만 생각해 보자. 그러한 헌신적인 어머니 사랑이 과연 제 자식외의 다른 사람의 자식에게도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며 아낌없이 나타날 수 있을까. 오직 제 자식 걱정에만 밤낮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타인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식에 대해서만 발휘되는 사랑이라면 아무리 그것이 헌신적이고 바다와 같다 해도 그것은 결국 생물이 지니는 지극한 본능적 집착에 불과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 대하여 사회생물학자들도 한 집단이나 생물 종(種)의 유지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하고 있지만 부처님은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집착이라 설파하셨다.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깊고도 끈질긴 집착, 그것이 어머니 사랑의 모습인 것이다. 부처님께서 여자의 출가를 꺼려했던 여러 이유 중의 하나도 어쩌면 자신이 직접 진통하며 낳은 자식에 대한 집착이 너무도 깊게 여자 몸에 자리 잡게 됨을 보신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은 어떠한 것일까. 이것이야 말로 인간의 몸을 받고 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존재할 뿐이기에 건강한 자신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 준 인연에 대하여 어찌 감사하며 보답하는 마음을 지니지 않을 것인가.
우리 사회에는 늙어도 재산은 자식에게 넘기지 말고 마지막까지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이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은지 말해주는 한 모습이다. 나이 들어 힘없고 병든 부모에 대하여 진심으로 효도하는 마음이야 말로 연기적 인과를 알고 있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진정한 불자는 ‘내리 사랑’이란 말은 단지 우리의 생물학적 집착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아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을 삼가이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힘없는 부모에 대한 위로의 사랑, 더 나아가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으로써 부처님 말씀을 우리의 삶 속에 이루어 가야 할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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