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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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승장자의 법문
법성에 맞는 자연스러운 보살행 펼쳐
인욕바라밀 성취, 근심없게 중생 교화

선재동자는 바시라 뱃사공의 법문을 듣고 크게 인자하고 가엾이 여김으로써 윤택하는 마음을 끊임없이 일으켜서 생사(生死)의 바다를 오가면서 그 속에서 보살의 도를 구하게 되었다. 남쪽 가락성(可樂城)에 있는 무상승(無上勝) 장자를 찾아나선 선재동자는 그 성의 동쪽 무우림(無憂林) 속에 있는 그를 발견하였다. 그는 한량없는 상인들과 10만이나 되는 거사들에게 둘러싸여서 법을 설하고 있었는데, 인간의 여러가지 옳지 못한 일을 끊어버리고, 깨끗이 믿는 힘을 얻어 항상 부처님을 보고 법을 받아 지니기를 좋아하도록 하며, 보살의 행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선재동자 그에게 예배하고 나서 보살의 행을 배우고 보살의 도를 닦는 법을 묻자, 무상승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성취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욕심세계(欲界)에 사는 모든 중생의 마을과 성중과 도시의 모든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법을 말한다.
그래서 그른 법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없애고 성냄을 그치고 원수를 풀고 속박을 벗고 옥에서 나와 공포를 없애고 살생을 끊으며, 내지 삿된 소견과 나쁜 짓과 하지 못할 일을 모두 금하게 한다. 모든 착한 법을 순종하여 배우고 모든 기술을 닦아 익히어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하며, 그들에게 갖가지 언론을 분별하여 환희심을 내고 점점 성숙하게 한다. 외도를 따라서 훌륭한 지혜를 말하여 모든 소견을 끊고 불법에 들어오게 하며, 내지 형상세계(色界)의 모든 범천에서도 그들에게 훌륭한 법을 말한다.
이 삼천대천세계 내지 시방의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세계의 티끌수 세계에서도 내가 그들에게 부처의 법, 보살의 법, 성문의 법, 독각의 법을 말하며, 지옥을 말하고 지옥의 중생들을 말하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말한다. 축생을 말하고 축생의 차별을 말하고 축생의 고통을 말하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말한다. 염라왕의 세계를 말하고 염라왕세계의 고통을 말하고 염라왕세계로 가는 길을 말한다. 하늘세계를 말하고 하늘세계의 낙을 말하고 하늘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인간을 말하고 인간의 고통과 낙을 말하고 인간으로 가는 길을 말한다.
보살의 공덕을 드러내보이려 하며, 생사의 걱정을 여의게 하며, 온갖 지혜를 가진 이의 묘한 공덕을 알게 한다. 모든 세계에서 미혹하여 받는 고통을 알게 하며 걸림이 없는 법을 보게 하며 모든 세간이 생기는 원인을 보이려 한다. 모든 세간의 고요한 낙을 나타내려 하며 중생들의 집착한 생각을 버리게 하며, 부처님의 의지함이 없는 법을 얻게 하며 모든 번뇌의 둘레를 없애게 하며 여래의 법륜을 굴리게 하려고 나는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말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이 수행하는 청정한 법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알 뿐이다.”
무상승장자가 모든 중생의 처소에 이르러 법을 설하여 중생을 이익케 하는 것은 무상승장자의 보살행이 항상 법성(法性)에 맞게 자연스럽게 두루 널리 행하여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이러한 보살행을 행할 수 있는 것은 대자비심이 있음으로 해서 일체의 세계 모든 중생에 수순(隨順)해서 그들을 교화 성숙시키려는 원(願)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대자비심과 크나큰 원력이야말로 일체의 세계에서 보살행이 저절로 펼쳐지게 하는 원동력이다. 세간 속으로 들어가 중생에 수순해서 그들을 교화 성숙시키는 일은 바로 부처님의 행이며, 불국토를 장엄하는 행이다.
무상승장자가 살고 있는 성의 명칭이 가락(可樂)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자비심과 원력에 의해 장엄된 경계는 불국토와 같기 때문에 중생이 좋아해서 즐거워할만한 곳인 것이다. 그리고 장자의 명호가 무상승(無上勝)인 것은 세간 속에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보살행을 행한다고 하는 것은 바로 부처님과 같은 경지이기 때문에 그것을 능가하는 행이 없다고 하는 의미이다. 그가 머무르고 있는 명칭이 무우림(無憂林)인 것은 어떠한 보살행에도 인욕바라밀이 성취되어 아무런 불편함이나 근심이 없으며, 또한 중생을 교화해서 근심이 없게 하기 때문이다.
무상승장자의 법문을 통해서 세상에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와 참된 종교인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중생과 중생세계가 있기 때문에 불교가 있는 것이고, 이것을 불쌍히 여겨서 이들에게 광명세계를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불교인의 삶이다. 보살행이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자각해서 중생세계 속에서 스스로 참생명의 꽃을 피우는 행인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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