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 종합 > 기사보기
주5일 근무제 도입과 사회문화적 과제
소비문화 뛰어넘는 여가문화 필요

내년부터 사업장별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다. 주5일 근무제라는 노동시장의 환경변화는 종교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종교계에서도 새로운 신행 프로그램 개발, 예불 시간 변경, 문화행사 개최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불교사회문화원은 10월 22일 ‘주5일 근무제의 도입과 사회문화적 과제’를 주제로 주5일 근무제의 도입에 따른 종교계의 과제를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리=오유진 기자>
참여 유도하는 프로그램 강화 시급
이한메 (사이버연구소 연구원)

주5일 근무제 도입은 노동중독증의 치유와 창조적 여가문화 창출, 종교 키워드의 다양화라는 과제를 던져준다. 노동중독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여가활동의 부족은 또 다른 여가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에도 불구하고 여가활동을 즐기지 못한 이유로 불만자의 2/3에 육박하는 응답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제대로 된 여가콘텐츠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여가 구조의 부족은 투기 오락인 경마, 경륜 등 감각적이고 소비적인 방향으로 여가문화를 이끌어간다.
따라서 상업적 소비문화를 뛰어넘는 대안적 여가문화 창출을 위해서는 종교기관과 공익기관의 자발적 성격개조가 필요하다.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물적 인적 자원과 기술적 노하우를 동원해 주5일 근무시대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회적인 여가 하부구조를 공고히 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 유럽의 종교 단체들이 의례중심에서 벗어나 가족차원의 신앙생활이나 사회봉사 등의 실천 활동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불교계의 템플스테이를 매개로 한 전통예불, 참선수행, 사찰테마기행, 주말 새벽숲길 산책, 탁본 등의 가족단위 사찰문화체험 프로그램이나 개신교의 전원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주말교회문화와 평일예배 실시와 같은 전통파괴 움직임, 천주교의 관광사목, 가족피정의 강화 등은 종교의 세속화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교화전략이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동체 참여를 유도하는 종교의 사회적 여가 프로그램 강화도 중요한 사안이다. 종교 기관이 의례 중심적 운영에서 벗어나 지역·환경·봉사·교육·생활공동체 등 다양한 문화공동체를 지향함으로써 문화사회의 하부구조 역할을 할 수 있다.
불교에서 언급하는 ‘걸식과 노동’은 겉으로는 모순적이지만 본의를 살펴보면 하나의 개념으로 귀일한다. 양쪽 다 영적인 삶과 연관되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불교의 이상향은 노동과 여가가 일치하여 모든 생활이 불법구현을 위한 신행으로 충만해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외된 노동’ ‘강요된 노동’의 최소화와 이를 통한 ‘영적 향유시간’의 확보는 이러한 불교적 이상향의 충분조건이 되며, 주5일 근무제는 그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일상과 연결된 ‘생활종교’로 변해야
전명수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

주5일 근무제는 그 자체가 문명사적으로 획기적인 사건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문화 변동을 잠재하고 있다는 면에서 현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종교는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도 주5일 근무제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이를 주목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사회문화변동 가운데 탈종교 경향의 심화는 ‘신영성 운동’이란 자유로운 개인적 영성의 개발이 중심을 이루는 개인주의적 종교운동으로, 미국에서는 ‘뉴에이지 운동’, 일본에서는 ‘정신세계’, 한국에서는 ‘기 수련 운동’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적 안정으로 인한 개인의 일상적 평화 중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실용성 등으로 인해 기수련은 확대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요일에서 금요일로 예배시간을 옮긴 개신교 교회가 등장했다. 생활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종교적 측면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한 형태라고는 볼 수 없다. 종교계가 주5일 근무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시키고, 대중의 여가 욕구를 충족시켜야한다. 실제로 많은 종교단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개인의 여가와 취미생활을 위한 장치를 해 놓았다. 그러나 주5일근무제의 과제로 제시되는 창조적 여가문화의 창출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아직은 여가문화와 인프라가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아 안락한 여가생활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종교는 ‘생활종교’로 자기변화를 꾀해야 한다. 종교가 일상생활과 격리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의미와 답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특정 요일에 종교의례를 행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남녀평등, 환경문제와 같은 주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에만 주5일 근무제라는 변화된 상황에서도 종교가 계속해서 사회의 핵심적인 요소로 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변화가 우리를 주도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03-10-29
 
 
   
   
2024. 11.2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