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불상의 흐름을 사람의 일생에 비유할 수 있다. 삼국시대의 불상이 유년기에 해당한다면,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은 청년기이다. 고려시대의 불상이 장년기라면, 조선시대의 불상은 노년기이다. 삼국시대에는 아기부처가 등장하고 미소년상의 불상이 나타난다. 친근감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앳된 모습의 부처를 탄생시킨 것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바늘로 찌르면 펑하고 터질 것 같은 긴장감마저 도는 팽팽한 몸매가 조형을 지배한다. 고려시대에는 화려하면서도 장식 가운데 편안함이 깃들어져 있어 무언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향유하는 장년층이 연상된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시대라 그런지 유난히 고개를 숙이는 불상이 적지 않게 보여 노인의 모습이 깃들어져 있다. 그렇지만 역경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강한 생명력이 함께 분출된 시기도 조선시대이다. 이러한 비유는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거칠게 그 흐름을 짚은 것이고, 실제 각 시기마다 전개된 변화상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통일신라 불상 가운데 이러한 일생의 비유에 가장 적절한 유물이 일본 쓰시마(對馬島) 가이진진자(海神神社)에 소장된 금동불입상이다. 이 불상은 경덕왕 때의 작품으로 짐작된다. 이 시기에 석굴암조각이 완성되고 성덕대왕의 십이지신상, 굴불사지 사방불 등 명품이 줄을 이었다. 이 불상의 얼굴은 신라 불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스투파 모양을 닮은 높은 육계에 지그시 눈을 감은 듯한 표정에는 곡선미의 눈매가 시원하게 나타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불상에서 우리의 마음을 끄는 부분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몸매다. 탄력적인 몸매가 몸에 짝 달라붙은 얇은 가사 속에 드러나 있다. 그야말로 젊은 청년기의 물오른 몸매에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이처럼 긴장감 넘치는 탄력성이 통일신라 절정기 조각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불상에서 보이는 관능적인 표현의 뿌리를 찾자면, 인도의 불상에까지 닿아있다. 인도 고유의 육체적 관능미가 강조된 마투라 불상이 그것이다. 마투라의 전통은 굽타시대에 와서도 몸에 짝 달라붙은 얇은 옷과 규칙적으로 물결치는 옷주름을 통해서 정형화된다. 이 양식은 중국에 전해져 곡양 수덕사(修德寺) 백대리석불입상(영국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소장)처럼 당나라 때에 와서는 풍염한 몸매로 나타난다. 뚱뚱한 양귀비가 연상되는 관능미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통일신라에 전해진 인도의 육감적인 양식은 관능적인 몸매에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부여된다. 불상의 관능적인 표현은 인도의 굽타시대 불상이나 중국의 당나라 불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이들 나라의 불상보다 훨씬 긴장되고 탄력적인 조형에서 통일신라만의 독특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가이진진자 소장 금동불입상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온 앳되고 귀여운 정서까지 간직하고 있어 신라불로서의 매력이 한층 돋보인다.
■경주대 문화재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