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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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을 다섯번 맞지 말자
윤세원/인천전문대 정치학 교수

우리나라에는 5년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특이한 정치적 전통이 생겼다. 그것은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청문회다 무어다 해서 아주 정기적으로 홍역을 치룬다는 사실이다. 부정축재와 국가권력에 의한 혈세의 부적절한 사용 그리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엉망으로 만드는 비자금 문제 등이 뒤섞인 부패문제가 한결같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도덕적 기준의 강화나 제도개혁을 통한 구조의 개선이라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일회성이벤트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고질적인 부패구조를 즐기면서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들어 갔고, 국민들은 돈과 계파정치에 대한 절망감으로 정치적 무관심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이 퇴임 할 시기가 가까워지면 낡은 유성기는 똑같은 소리를 내면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퇴임하는 대통령이 국가의 원로가 아니라 범죄자가 되어 국민에게 사과하고 산 속으로 혹은 감방으로 향하는 비극을 되풀이 해야 할 것인가. 부처님은 같은 화살에 두 번 맞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는 이미 같은 화살에 4번이나 맞았다. 과연 우리가 이렇게까지 어리석은 국민들인가 하고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와중에서 바로 다음 번에는 자신들의 집권을 확신하는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하여 머리를 맞대는 일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누구 할 것 없이 입으로는 요식적 수식어로 국민을 들먹이면서도 내심은 집권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도 보고,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만져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내용의 사건이 전혀 다른 시기에 다른 양상으로 문제가 되었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말도 아닌 때에, 측근의 비리 문제를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으로 정치 쟁점화 시킨 것이다. 대통령이 전임자들처럼 최소한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차일피일 미룰 수 있는 일을 일찌감치 스스로 민의의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국민투표라는 방법으로 쉽게 합의가 이루어질 것 같아 보이던 이 문제가 위헌 가능성이니 탄핵이니 국정공백이니 막대한 재원 소요니 하면서 다시 꼬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들은 일면적인 타당성을 갖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주장자들의 행보에는 공동체의 장래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고 정략적인 발상만 보인다는 점이다.
이제 정치권은 정치적 쟁점에 대한 구태의연한 대응양식을 버리고, 위장의 가면을 벗어야 한다. 소수의 엘리트 그룹이 국민을 기만하고 명예와 부와 권력이라는 기득권을 끼리끼리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 물론 거의 5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지배질서와 세력의 전면적인 교체에 따른 박탈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대감은 버려야 한다. 승패는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상과 민심은 무상한 것이다. 과거의 황금시대에 대한 향수에 근거한 아상은 빨리 버릴수록 좋을 것이다.
계기야 어떻게 되었든 정치권은 이 기회를 고비용의 정치구조에서 연유되는 부패사슬을 청산하고, 국가적 불행의 근원을 제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같은 화살을 다섯 번이나 맞는 우를 범하게 될 정략적 꼼수와 보신주의적 대처에서 벗어나길 간곡히 바랄 뿐이다.
200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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